노르베르트 바스 주한 독일대사는 3월 유럽연합(EU)에서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본격 논의될 것이라며 “한국과 EU는 나란히 하이테크 산업에 강점이 있으므로 FTA가 체결될 경우 기술표준 통일이라는 점에서 이득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명 기자
1960년대 이후 유럽의 경제 성장을 선도하고 마침내 통일의 대업까지 완수해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산 독일. 그 뒤 높은 통일비용과 사회구조 재편 정체라는 덫에 걸려 1990년대 이후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독일이 새롭게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 낸 뒤 뚜렷한 경기 상승세를 탄 독일은 올해 유럽연합(EU) 의장국 및 선진 8개국(G8) 정상회의 의장국을 동시에 맡아 몸집에 걸맞은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지난해 9월 한국에 부임한 노르베르트 바스 주한 독일대사를 만나 그가 전망하는 EU와 G8의 역할 및 미래를 들어 보았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지난해 월드컵 직후 독일이 긴 경기 후퇴를 마감하고 다시 경기 활황의 시동을 걸 것이라는 낙관적 분위기를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분위기는 더욱 좋아졌습니다.(웃음) 지난해 독일 경제성장률은 2.5%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처럼 고속성장을 해 온 나라로서는 인상 깊은 수치가 아니겠습니다만, 독일로서는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경제 회복세가 뚜렷합니다.”
―올해 ‘로마조약’ 체결 50주년을 기념하는 EU는 머지않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대서양 양안을 연결하는 ‘트랜스 애틀랜틱 경제권’ 창설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아가 한국과의 FTA도 머지않아 수면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만….
“FTA는 관세 철폐뿐 아니라 금융시장 규정, 산업 표준, 특허권 등의 격차를 줄여 공통된 규정과 시장 체계를 적용할 수 있게 되므로 모든 당사자에게 이득을 가져다줍니다. EU와 한국은 특히 고부가가치 하이테크 산업에 강점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으므로 기술적 표준의 통일이 큰 효과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한국으로선 EU와의 FTA가 이제껏 없던 기회가 될 것입니다. EU는 인구가 5억 명에 가까운 세계 최대의 단일 경제권이기 때문입니다.”
바스 대사는 3월 열리는 유럽이사회에서 한국과의 FTA 문제가 본격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과 EU 간의 교역량이 720억 달러(약 68조 원)에 이르며 한국으로선 EU가 두 번째 무역 상대 파트너이고, EU로서도 한국이 여덟 번째의 큰 무역 상대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EU로서는 캐나다나 인도보다도 교역액이 많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독일이 G8 의장국이기도 합니다만, G8 일각에서는 현재의 G8에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포함시키는 ‘G8 확장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에 도달했는데, 한국이 G8에 참여할 방안은 없을까요.
“몇몇 나라가 G8에 참여하려는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G8 확대 문제는 여러 국가의 상이한 의견을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G8은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더 많은 나라를 공동 활동의 ‘파트너’로 끌어들이고 협력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심화된 환경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신속하고 단호하게 행동해야 하는 주제이므로, G8은 우선 가장 시급한 이 문제에 전 세계의 참여를 끌어내는 데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다시 EU로 돌아가서, 최근 EU의 최대 현안은 이란 핵 문제입니다. 북한이 이란에 핵 기술을 이전했거나 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북한 핵에 대한 견해는 무엇입니까.
“EU는 이란이 핵물질을 재처리하는 데 단호히 반대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란에 협상의 문이 열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에서 일어난 일 (핵실험)이 이란 또는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은 결단코 막아야 합니다. 이 점에는 국제사회가 통일되고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다소간 굳어진 분위기를 풀기 위해 한국에 대한 그의 인상을 물었다. 바스 대사는 지난해 9월 부임해 이제 한국 생활이 넉 달을 갓 넘긴 상태. 한국 근무 경험도 없었다.
“한국인들은 정말 바쁘고 무척이나 부지런하다는 점을 많은 사람이 강조하더군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곳에 오기 전 몰랐던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분주한 도시에서 한 걸음만 나가니 놀라운 자연이 있었습니다. 교외 경치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바스 대사는 “한국 사람들은 듣던 대로 바빴지만 딱딱한 사람들이 아니라 감정표현이 활달한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다”며 활짝 웃음을 지었다.
“아 참, 너무 EU와 G8 얘기만 했군요. 독일 대사로서 중요한 정보 한 가지만 알려 드리겠습니다. 독일에서 대학을 다니려는 한국 학생들을 위해 수학능력시험 격인 ‘외국유학생을 위한 시험(TestAS)’이라는 게 생겼습니다. 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독일 대학 입학의 기회가 높아질 것입니다.”
TestAS의 세부 사항은 이 시험 웹사이트에서 제공한다. www.testas.de
:노르베르트 바스 대사:
△1947년 독일 함부르크 출생
△1978년 이탈리아 피렌체 유럽 대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 취득
△1978년 독일 외교부 근무 시작
△1995년 그루지야 대사
△1998년 독일 외교부 중부유럽 담당관
△2001년 외교부 본부 안보정책담당 대사
△2003년 동유럽, 중앙아시아, 캅카스 담당 특별대사
△2006년 9월 주한 독일대사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