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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ravel]현장에서/“강성 車노조가 두렵다”

입력 | 2007-02-05 03:00:00


“한국은 동북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깐깐한 한국소비자들을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펼치겠습니다.”

다임러크라이슬러그룹 고위 임원들은 최근 서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시장을 한껏 치켜세웠다. 이 회사가 지난해 동북아시아에서 판매한 자동차 4만4500대 가운데 4분의 1가량을 한국이 소비해 줘 고맙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시장에 직접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지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다른 대답이 나왔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이보 마울 사장은 “현재와 같은 높은 임금과 강성 노조의 무리한 파업이 자주 발생하는 한 공장을 한국에 짓기는 힘들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울리히 발커 동북아시아 회장도 “합작회사 설립은 어느 나라든 열려 있지만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투자여건이 좋지 않다”며 그 대신 “중국과 대만 등에는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미국인 수입차 회사 사장도 “한국 시장은 신차 품질의 테스트베드(시험장)로서는 좋지만 투자 대상으로는 불안정성이 너무 크다”고 했다.

한국을 소비시장으로서는 공략하지만 투자할 만한 곳은 못 된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을 위해 지역을 가리지 않고 기업 간 합종연횡(合從連衡)에 한창이다. 이들이 한국에 공장을 지으면 당장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선진적인 생산 시스템도 덤으로 얻게 된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고용과 생산유발 효과가 다른 산업에 비해 월등히 크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과 합작회사를 세워 일자리를 10만 개 이상 창출했다. 하지만 경영진을 적대적으로 여기는 노조가 목소리를 높이고 임금과 물가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땅은 이러한 기회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신인도 저하)가 악화되고 있다”며 이를 근절하지 않으면 한국 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파업 만능주의에 빠진 노조와 권위를 잃은 공권력, 그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 함께 빚어낸 두려운 현실이다.

이종식 경제부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