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미국 뉴욕에 있는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를 방문했을 때의 일.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빅 가버 씨가 기자를 딜링 룸으로 안내했다. 딜링 룸은 모건스탠리 안에서도 최고의 두뇌들이 모여 엄청난 규모의 자금과 원자재 거래를 하는 곳. 딜링 룸 출구 쪽 벽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글씨가 눈길을 끌었다.
‘Have you made money today?’
퇴근하는 억대 연봉의 딜러들에게 묻고 있었다. 점잖게 번역하면 ‘오늘 돈 좀 벌었니’, 노골적으로 얘기하면 ‘오늘 밥값은 했니’라는 뜻이다. 모건스탠리를 지배하는 문구다.
미국의 많은 회사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렸다. M&A의 막후에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와 같은 투자은행이 있다. M&A를 성사시킬 때마다 엄청난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모건스탠리가 M&A의 보조자가 아니라 주인공으로 나선 적이 있다.
1997년 2월 5일 모건스탠리는 소매금융의 강자였던 딘 위터 디스커버와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의 주가는 치솟았다. 당시 워싱턴포스트의 기사.
‘거대 금융회사인 모건스탠리와 딘 위터 디스커버가 합병 계획을 밝히자 월가는 충격에 빠졌다. 합병회사는 메릴린치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의 회사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두 거인의 결합’, 월스트리트저널은 ‘두뇌(모건스탠리)와 근육(딘 위터 디스커버)의 결혼’이라는 표현을 썼다.
합병회사는 승승가도를 달렸다. 평판도 좋아졌다. 2004년에는 ‘일하는 엄마들에게 좋은 100대 기업’ ‘아프리칸 아메리칸이 일하기 좋은 최고의 기업’ ‘히스패닉에게 최고의 기회를 주는 100대 기업’ 등에 올랐다.
하지만 결혼생활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다.
2005년 모건스탠리의 중역이었던 8명이 딘 위터 디스커버 출신으로 합병회사의 최고경영자(CEO)였던 필립 퍼셀 씨를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합병 시너지 효과가 적다며 이전대로 분리할 것을 주장하는 임직원도 나타났다. 최근에는 딘 위터 디스커버의 영역이었던 신용카드 사업을 분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의 결혼생활이 삐걱거린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냉혹한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유일한 행복의 조건은 돈이라는 생각과 함께 딜링 룸의 ‘돈 벌었니’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