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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의 히트&런]日언론 ‘이병규 띄우기’는 毒

입력 | 2007-02-06 02:57:00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에겐 ‘1년차 징크스’라는 게 있다.

‘국보투수’ 선동렬(삼성 감독·전 주니치)도 ‘국민타자’ 이승엽(요미우리)도 1년차 징크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당대 최고 투수였던 이상훈(전 주니치), 정민태(현대), 정민철(한화·이상 전 요미우리)도 마찬가지.

부상 때문이었긴 하지만 ‘천재’ 이종범(KIA·전 주니치) 역시 제몫을 못했다. 2001년 오릭스에 입단해 7승 9패 10세이브를 거둔 구대성(한화)이 유일한 예외다.

과연 입단 첫 해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일본은 야구선수들에겐 천국과 같은 곳이다. 한국이나 미국에서도 야구를 잘하면 좋은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일본만큼 스타 선수들을 극진하게 예우하는 나라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일본에서 실패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종범은 이런 말을 했다. “일본에선 야구를 잘하면 ‘가미사마(神樣·신)’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야구를 못할 때는 발바닥의 때보다도 못하게 여긴다.”

일본에 처음 발을 디디는 순간 선수들은 한마디로 ‘붕 뜨게’ 된다. 수십 명의 취재진이 뒤를 따르는 것은 기본. 선동렬의 이름 앞에는 항상 ‘한국의 국보투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승엽은 ‘56발 남’(2003년 아시아 신기록인 56홈런을 쳤다는 의미) 또는 ‘아시아의 대포’로 불렸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거의 매일 대서특필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되겠지”라는 자만심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초반에 주춤하자 이들은 금세 잊혀진 존재가 됐다. 선동렬은 세탁을 해 주지 않는 2군에서 손수 속옷을 빨면서 전의를 다졌다. 역시 난생 처음 2군의 쓴맛을 본 이승엽에게 다정하게 다가오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4년째에 일본 최고 연봉 선수로 우뚝 선 이승엽이 안주하지 않고 이번 겨울 더욱더 모질게 자신을 채찍질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많은 돈을 받고 야구 못하면 정말 큰일 난다”고 말한다.

올해는 이병규가 주니치에 입단해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벌써부터 연일 ‘이치로 같은 선수’니 ‘안타 제조기’니 하는 말들이 일본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이병규는 절대 미혹되지 말기를…. 그래서 1년차 징크스를 겪지 않기를 바란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