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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1인 30역 척척…김성녀 모노극 ‘벽 속의 요정’

입력 | 2007-02-07 02:55:00

‘마당놀이 스타’ 김성녀를 ‘배우’ 김성녀로 다시 보게 만드는 ‘벽 속의 요정’. 사진 제공 극단 미추


“무거운 연극은 안 먹힌다.” “진지한 연극도 안 먹힌다.”

연극 기획자들은 한숨을 쉬며 요즘 관객을 탓한다. 다들 너무 가벼운, 웃기는 연극만 찾는다고. 하지만 김성녀의 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은 “좋은 연극은 언제 어느 곳에서든 관객에게 통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벽 속의 요정’은 배우의 호연을 보는 기쁨, 마음을 건드려 주는 감동, 그리고 막을 내린 후에도 곱씹어 보게 만드는 여운까지 좋은 연극이 지녀야 할 미덕을 고루 갖췄다.

무엇보다 마당놀이 스타 김성녀를 여배우 김성녀로 다시 보게 만든 작품. 어린 소녀부터 노파까지 50년에 걸친 긴 세월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배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1인 30역을 척척 해내는 김성녀는 혼자서 관객을 울리고 웃긴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보면 더 좋을, 뭉클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연극이다.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일본 희곡을 완전히 우리식으로 바꾼 각색과 연출도 깔끔하다. 2005년 초연돼 주요 연극상을 모두 휩쓸었던 수작으로 관객의 호평에 힘입어 해마다 무대에 오르고 있다. 1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전석 3만5000원. 02-747-5161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