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악기여행은 말하자면 뷔페식당이에요. 요즘은 뷔페식당에 양보다는 다양한 맛을 경험해 보려고 가잖아요. 정말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갈 땐 전문요리집을 찾지요. 학생들이 전문 음악회장을 찾을 수 있도록 연결고리나 디딤돌 역할을 해 주는 게 제 공연입니다.”
전 세계 60여 개국 100여 개 악기로 들려주는 월드뮤직 콘서트 ‘세계악기여행’에 대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우광혁(무용음악) 교수는 이렇게 소개했다. 덕분에 이 콘서트에는 ‘살아 있는 음악박물관’ ‘앉아서 하는 세계여행’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2001년부터 시작된 이 공연은 청소년 음악체험 프로그램으로 전국을 돌며 200여 차례나 계속됐다.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에서 유학했던 우 교수는 1995년 귀국할 때 파리 벼룩시장에서 수백 가지의 악기를 사왔다. 가격은 5000원부터 500만 원까지 천차만별. 귀국 후 그는 각국의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음악사’를 강의했다. 대학 또는 기업체 초청강연에서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졌고, 정식 공연으로 발전했다.
“중고교 시절 밴드부 활동을 할 때부터 뭐든 붙들고 늘어지니까 100여 가지 악기를 다룰 수 있게 되더군요. 오케스트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기는 아니에요.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제3세계를 우습게보던 학생들도 막상 이집트, 중동, 인도네시아 음악을 들려주니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이 있었느냐’며 반색을 하더군요.”
그는 전문연주단인 ‘빛소리 앙상블’과 함께 고대국가의 왕의 무덤에서 발굴된 악기를 비롯해 스코틀랜드의 백파이프, 루마니아의 팬플루트, 캐리비언 베이의 칼립소 드럼, 인도네시아의 밤벨 합주 등 쉽게 볼 수 없는 악기로 음악을 연주한다. 또한 바다 속에서 건진 고둥, 물소 뿔로 만든 호른, 파도 소리가 나는 오션 드럼, 귀신 소리가 나는 활 등 환상적인 음향효과를 내는 악기도 선보인다.
“악기는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묘한 흥이 있어요. 공연이 끝나면 사람들이 무대에 와서 너도나도 악기를 만져 보고 싶어하지요. 음악을 이론이나 합창으로 배우던 학생들은 수동적인데 악기를 보여 주면 눈빛부터 달라집니다. 호기심도 자꾸 써야 늘어나지요.”
이번 공연은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한진중공업이 후원하는 청소년 예술체험을 위한 음악회이기도 하다. 14일 경기 의정부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올 한 해 동안 격월로 전국 6개 도시에서 펼쳐진다. 첫 공연에는 뮤지컬 배우 겸 가수인 길성원 씨의 사회로 우광혁 교수의 ‘세계악기여행’과 아카펠라 그룹 ‘A-Seed’, 비보이팀 ‘마크루’가 무대에 선다. 무료. 관람신청은 02-2020-162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