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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박재광]“정부 ‘구리에 수질오염’ 주장 근거 없어”

입력 | 2007-02-07 02:56:00


하이닉스에 대한 정부 결정은 부적절하다. 정부의 하이닉스 이천 공장 증설 불허의 표면적인 이유는 이렇다. 하이닉스 공장에서 배출되는 처리수에 포함된 구리가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에 방류될 경우 상수원과 수돗물의 수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학자의 시각으로 볼 때 환경오염 우려 때문이라는 정부의 논리는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구리는 너무 많이 섭취하면 간과 신장을 파괴하지만 뼈 헤모글로빈 적혈구 형성에 관여하며, 태아와 신경체계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면역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 중요한 영양소다.

구리에 의한 독성보다는 섭취 부족이 더 문제가 된다. 미국인은 일반적으로 음식, 식수 또는 호흡에 의해 하루 1mg의 구리를 섭취하며 이 중 최대 15%만이 식수에 의해 보충된다.

구리는 굴 오징어 게 조개 호두 초콜릿 시리얼 과일 채소 후추에 많이 들어 있다. 구리는 또 산화 방지 및 산화 촉진의 기능을 한다. 종합비타민에도 포함돼 있고 빈혈 관절염 화상 대장염 환자에게 건강보조제로 시판된다.

현재 미국 상수도의 구리 허용 수질기준은 L당 1.3mg이고 한국은 1mg인데 수도권 시민에게 공급되는 수돗물에서는 구리가 검출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 시민은 수돗물에 의한 구리 섭취량이 미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셈이다.

하이닉스는 구리를 수질 규제치의 0.8%인 L당 0.008mg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0.008mg 미만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이런 처리수가 설사 팔당호에 유입돼도 첨단 측정 장치로나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희석될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은 구리 용기에 물을 담으면 오래 간다는 것을 알고 물 저장에 구리 용기를 활용했다. 또 상수도 수원지에서 조류 번식을 방지하는 데 미국 환경청에서 유일하게 허가한 약품이 구리일 정도로 인체에 위험성이 낮은 물질이다.

팔당호의 수질 개선은 지속적인 하수처리장 신설과 공장 배출 처리수를 규제에 맞춰 방류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주민의 건강을 빌미로 반도체와 같이 신속한 시설투자가 중요한 산업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정치인에게 묻겠다. 언제까지 기업의 발목을 잡는 정책을 고수하고 표를 의식해 수수방관만 할 것인가. 이런 행태는 누구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변할 것 같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

하이닉스 이천 공장 증설 불허는 환경오염 때문이라는 정부의 비과학적 주장은 수도권 규제와 충청도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적인 계산이 깔린 결정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이제 전문가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정치적인 결정이 아닌 국가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결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정치적이고 행정 편의적인 결정이 계속된다면 한국의 장래는 매우 어둡다고밖에 할 수 없다. 경쟁 국가는 힘을 합해 뛰어 가고 있는데 한국은 뒤로 가서야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 박 재 광

美위스콘신 매디슨대 교수·건설환경공학과

―53세

―연세대 토목공학과, 영국 뉴캐슬대 환경공학 박사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환경보건연구소 연구원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자문위원(2005년)

―미 위스콘신 주 자원국 환경표시법 자문위원(현)

―미 환경청 휘발성 유기물질 모델 개발 자문위원(현)

―국제 학술지에 70편 이상 논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