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전국 처음으로 버스 차장(안내양)이 부활해 화제를 모았던 충남 태안군에서 ‘버스운전사-안내양 부부’가 탄생한다.
태안여객 운전사 김호연(43) 씨와 최근 태안군이 관광 활성화 등을 위해 버스 안내양 제도를 확대하면서 두 번째 안내양으로 선발된 김미숙(43) 씨 부부가 주인공.
태안군은 미숙 씨가 8일부터 태안읍∼만대(이원면) 구간의 버스 안내양을 맡게 되자 남편 호연 씨를 이 노선 운전사로 배치해 같이 근무하도록 배려했다. 자녀 4남매 중 막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어서 맞벌이에 문제가 없다.
미숙 씨는 지난주부터 선배에게서 차장 훈련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태안여객 터미널에서는 첫 번째 안내양인 정화숙(40) 씨와 미숙씨의 ‘오라이∼’ 소리로 요란하다.
이들 모두 버스 차장과 질긴 인연이 있다.
호연 씨는 현재 20년 가까이 버스운전사 생활을 하고 있지만 1984년부터 서산과 태안에서 버스 안내양이 없어진 1985년까지 2년 동안 실제로 버스 차장으로 근무했다. 정 씨도 아버지가 버스운전사 출신이어서 안내양 언니들과 물고기를 잡으러 다니며 놀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아내에게 차장 생활 못하게 했을 거예요. 그 당시에는 콩나물시루처럼 승객을 채워 넣어야 해 팔 힘도 세야 했고 무임승차하려는 사람들과 싸워야 했어요.”
호연 씨는 “중학교를 나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차장 일을 했기 때문에 뭐니 뭐니 해도 상급학교에 다니는 교복 차림의 동년배들과 요금문제 등으로 실랑이를 벌일 때 가장 서글펐다”고 말했다.
미숙 씨는 정 씨와 같은 조건에서 근무한다. 옛날 버스 안내양과 같은 모자와 유니폼, 돈 가방을 착용하고 ‘오라이∼’와 ‘스톱∼’을 외친다. 또 그가 탑승한 버스 안에는 ‘바보들의 행진’ ‘고교 얄개’ ‘진짜진짜 좋아해’ 등의 옛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다.
미숙 씨는 “지난해 정 씨와 함께 안내양에 응시했다가 떨어져 다음에 자리가 나면 반드시 일하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며 “주민과 관광객의 각광을 받는 안내양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