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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화제! 이사람]여자농구 우리은행 용병 캐칭

입력 | 2007-02-10 02:59:00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있는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팀 숙소. 1층 복도 끝에는 핑크와 보라색 포인트 벽지로 눈길을 끄는 아늑한 공간이 있다. 이 방의 주인은 타미카 캐칭(28). 여자프로농구에서 파워와 스피드의 진수를 보여 주는 그를 떠올리면 언뜻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 “내가 좋아하는 색깔이에요. 예쁘지 않나요.”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였을까.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는 찬사를 듣는 캐칭은 묘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 아버지도 NBA 출신… “응원 오신대요”

캐칭은 이번 겨울리그로 한국에서의 네 번째 시즌을 맞았다.

“처음엔 정말 불안했어요. 지금은 너무 편해요. 택시나 전철도 마음대로 타고 다니고….”

한국 문화에도 익숙해졌다. “식사 때 충격을 받았어요. 엄청난 가짓수의 반찬에, 다들 찌개를 나눠 먹더군요. 미국에선 각자 먹잖아요.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

캐칭은 농구 2세다. 아버지 하비 캐칭(56) 씨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11시즌을 뛴 205cm의 센터 출신. 현재 NBA와 관련된 일을 하는 아버지는 24일 딸을 응원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아버지를 만날 생각을 하면 흥분돼요. 서울 구경도 시켜 드려야죠.” “아버지가 계시는 동안 마침 3경기나 해야 해요. 멋진 모습 보여 드리면 기뻐하실 겁니다.”

○ 숫자 맞추기 퍼즐 즐겨 ‘게임의 여왕’

깨알같이 써 내려간 두툼한 일기장을 보여 준 캐칭은 짬날 때마다 연필로 시를 쓴다. 벌써 수십 편에 이를 만큼 그 분량도 상당하다. 언젠가 시집을 내고 싶다는 꿈도 있다.

반면 캐칭은 게임의 여왕으로도 통한다. 침대맡에 숫자 맞추기 퍼즐인 ‘수도쿠’ 책이 눈에 띄었다.

“경기 때 집중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다리 길고 근육 좋아 점프력 탁월

캐칭은 경기 때 집중 견제에 시달리고 있다. 캐칭만을 막기 위해 육탄전을 펼치는 전담 수비수도 생겼다. 우리은행에서 뛴 지난 3시즌 동안 모두 우승컵을 안았으니 다른 팀에는 눈엣가시. 이번 시즌 역시 평균 26득점(2위), 12.8리바운드(5위), 3.3어시스트(5위) 등 기록이 보여 주듯 눈부신 활약으로 우리은행을 선두권에 이끌고 있다.

상대의 밀착 수비에 짜증을 내고 때론 상대 선수를 거칠게 밀쳐 비난을 사기도 했다. 할리우드 액션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캐칭은 “내가 왜 그런 질문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팬과 기자들이 다같이 모여 비디오를 보며 청문회라도 해 보자”며 항변했다.

캐칭은 남자 선수 못지않은 괴력을 지녔다.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의 근력은 일반 여자 선수보다 월등히 앞선다. 특히 점프력을 결정짓는다는 다리 뒤쪽 근력이 강하다. 보통 다리 앞쪽과 뒤쪽의 근력 비율이 10 대 6이라면 캐칭은 10 대 8에 이른다는 게 팀 관계자의 설명. 캐칭은 키에 비해 하체가 길다. 다리 길이가 114cm에 이르러 자신보다 신장이 10cm 정도 큰 선수와 맞먹는다.

○ “청소년 위해 뭔가 하고 싶어요”

캐칭은 “뛰어난 용병 한 명이 팀 성적을 좌우할 수는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성적이 좋은 팀은 한국 선수들의 조화가 잘 이뤄진 경우라는 것. 올 시즌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단행한 우리은행을 높게 평가했다. “언제까지 고참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어요. 비록 시행착오를 겪고는 있어도 어린 선수들을 키우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미국에서 자선활동으로 이름을 날린 캐칭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에 관심이 많다. “어렸을 때 많은 혜택을 받고 큰 만큼 뭔가를 돌려줘야 할 것 같아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타미카 캐칭은…

▽생년월일=1979년 7월 21일 ▽체격=183cm, 75kg ▽포지션=포워드 ▽소속팀=우리은행,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인디애나 피버(2001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 지명) ▽올 시즌 기록(8일 현재)=경기당 평균 26득점, 12.8리바운드, 3.3어시스트, 3.1가로채기, 출전시간 40분 3초 ▽출신교=테네시대(1997∼2001년) ▽주요 경력=2002년 WNBA 신인상, 2003년 WKBL 겨울리그 챔피언결정전 MVP, 2003년 WKBL 여름리그 챔피언결정전 MVP,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미국여자농구 금메달, 2006년 WKBL 겨울리그 정규경기 챔피언결정전 통합 MVP ▽별명=미카 ▽좋아하는 음식=닭고기 튀김 ▽취미=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