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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 논술잡기]마음으로 읽어 내는 선인들의 그림

입력 | 2007-02-10 02:59:00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주석 지음/279쪽·1만8000원·솔

사물을 보는 것은 사람의 눈이다. 하지만 눈은 사람의 마음을 따라 움직인다. 결국 사물을 보는 것은 눈이 아니라 마음인 셈이다. ‘대학(大學)’의 한 구절처럼 마음이 없으면 봐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바로 우리의 옛 그림이 그렇다.

‘한국의 미’ 하면 어딘가 지루하고 고리타분하다는 느낌을 받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우리 스스로 우리 문화에 대해 마음의 빗장을 꼭꼭 걸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랑스러운 우리의 옛 그림들을 바르게 이해함으로써 우리 문화와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안목을 열어 주려 한다.

그림 한 점을 분석하는 저자의 혀끝은 날렵하고 매끄럽다. 글쓰기처럼 막막한 그림 읽기의 방법을 구도나 붓놀림, 선의 효과를 따져 요모조모 일러 주는가 하면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표정을 통해 그림의 표정과 감동을 생생하게 전해 주기도 한다. 공책만 한 작은 그림 속에서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끌어 내는 솜씨는 어디서 나올까? 그것은 화가의 마음을 읽어 내려는 관심과 애정의 결과다.

애정을 가지고 바라볼 때 옛 그림은 감추고 있던 많은 비밀을 드러낸다. 김홍도의 ‘송하맹호도’가 수천 번이나 반복된 실 바늘처럼 가는 선들의 조합이라는 사실도 보이고 호랑이를 왜 이렇게까지 정성껏 그렸을까 하는 문제의식도 생겨난다. 또 좋은 작품이란 구성이나 필획이라는 솜씨에 앞서 호랑이의 은밀한 생태까지도 놓치려 하지 않았던 관심과 수양의 결과라는 깨달음도 일어난다.

우리가 옛 그림에서 정말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바로 옛 사람들의 마음길이라 할 이 사유의 틀이다. 주름과 검버섯이 그대로 드러난 ‘이재 초상’의 극사실 묘사가 뜻하듯 그들은 아름다운 외양보다 내면의 참 모습을 중시했다. 김홍도의 스승 강세황이 잔나비 상 같은 자신의 얼굴을 가감 없이 그린 것도, 영의정이 된 채제공이 사팔뜨기인 자신의 얼굴을 피하지 않은 것도 내면에 대한 자부심이 있던 까닭이다. 아름답기만 했지 내면의 정신이 빠진 일본풍의 껍데기 그림을 좇는 우리에게 조선 그림이 시사하는 바는 무얼까.

새로운 시각과 미래를 헤쳐 나갈 높은 안목은 논술의 핵심 요건이다. 말없는 그림을 통해 선인들의 얼을 배우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자부심을 쌓아 보면 어떨까. 더욱이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보람이자 지금 이 땅에 사는 이유라 할 문화의 문제라면 그 가치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