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은 손님에게 차를 대접할 때 반드시 자신이 먼저 맛을 보고 차가 괜찮은지 살펴본 뒤 권했어요. 한국의 차 문화에는 ‘나를 낮추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정신’이 배어 있는 것이지요.”
10일 오전 인천 남동구 구월동 1204-1 규방다례보존회 5층 교육장에는 초등학생 100여 명이 색깔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모여들었다.
설을 앞두고 다도(茶道)를 통한 올바른 전통 예절법을 익히기 위해 교육장을 찾은 것.
이날 예절 강사는 인천시가 2002년 무형문화재(제11호)로 지정한 규방다례(閨房茶禮)의 예능보유자인 이귀례(78·여) 씨가 맡았다.
규방다례는 조선시대 엄격한 유교 생활에 따라 바깥출입이 쉽지 않았던 여인들이 이웃이나 친지를 초청해 다회(茶會)를 베풀던 의식과 절차를 계승한 것.
그는 이날 어린이들에게 공손하게 절하는 방법과 설 풍습에 대해 설명한 뒤 규방다례를 재현했다.
교육에 참가한 김유진(10) 양은 “상대방과 대화나 인사를 나눌 때 어떤 몸가짐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며 “오늘 배운 예절을 개학하면 친구들에게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한국차문화협회 정기총회에서 임기 4년의 제5대 이사장으로 추대된 이 씨는 ‘차 문화 전도사’로 통한다.
한국차문화협회의 모체인 ‘한국차인회’를 1979년 결성한 뒤 30여 년간 한국 전통 차 예절의 올바른 보급과 계승에 앞장서 왔기 때문.
특히 1982년부터 인천지역 중고교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무료 다례 교육을 시작했다.
2년 뒤 교육생들과 함께 인천에 ‘인설회’라는 차 모임을 만들어 지금까지 인천을 비롯해 전국의 30만 명이 넘는 청소년에게 차 예절을 가르쳤다.
현재 전국에 14개 지부와 해외 2개 지부 등 소속회원 5만여 명이 넘는 단체로 성장한 이 협회에 이 씨는 매년 사재를 털어 1억 원이 넘는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는 1991년 한국차문화협회 부회장을 맡은 뒤 한국의 차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에 매진해 왔다. 1995년 독일을 시작으로 미국 일본 인도 중국 스리랑카 등 15개 국가를 방문해 국제 차 문화 교류전을 열어 민간외교관의 역할도 담당했다.
2000년 10월에는 한국의 차 문화를 국내외에 보급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훈장 보관장을 받았고 2003년에는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선정하는 제35대 신사임당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이 씨는 “어린이들이 다도를 제대로 익힌다면 따로 예절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한국의 차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