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귀’만을 다루는 병원으로 개원한 ‘소리이비인후과’는 5년 만에 국내 전문병원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인공와우이식 수술의 원리를 설명하는 전영명 원장. 원대연 기자
난청- 어지럼증- 중이염 ‘名醫3人’, 귀 치료 넘어 ‘고령화 헬스케어’ 새 장 열다
이비인후과는 귀를 다루는 이과(耳科), 코를 다루는 비과(鼻科), 목 중심의 인후과(咽喉科) 등 세 분야로 나뉜다. 하지만 국내에서 개원한 이비인후과 상당수는 환절기 감기 환자를 진료하는 데 몰두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귀’ 질환으로 병원을 찾으면 마땅한 의료기기조차 없어 대학병원으로 보내지기 일쑤다.
2002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귀 전문 클리닉 ‘소리이비인후과’(www.soreeclinic.com, 02-542-5222)를 개원한 박홍준 이승철 전영명 공동원장은 이런 현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귀 질환에 관한 한 초기진단부터 사후관리까지 완벽한 진료 시스템을 도입한 것. 이들의 도전은 이제 국내 이비인후과 분야의 벤치마킹 모델이 될 만큼 성과를 거뒀다.
“귀 분야는 단순히 질환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고령화 시대에 건강하고 편안한 노후생활을 보장해 주는 ‘고령화 헬스케어’의 미래의료산업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박홍준 대표원장의 설명이다.
○ 명의들, 도전장 내밀다
2002년 서울 강남 한복판에 귀 전문 클리닉을 열고 인공와우이식 수술을 시작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차가웠다. 2000만∼3000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수술이라 환자들이 유명 대학병원으로만 몰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병원의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의료 관계자가 많았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소리이비인후과의 실적은 눈부셨다.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아산병원 등에서만 실시되던 인공와우이식 수술을 개원가에서 처음 시도한 이후 300건을 기록했다. 또 난청, 이명, 중이염, 어지럼증 등 귀 수술 6000건을 해냈다.
성공의 비결은 뭘까.
무엇보다 귀 분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3명의 공동원장과 청각전문 재활그룹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
박홍준 원장은 연세대와 아주대 의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미국 국립보건원(NIH) 난청언어연구소에서 3년간 임상 경험을 쌓은 난청 전문가다. 특히 2002년에는 국내 최초로 한국형 난청유전자를 발견해 난청유전 메카니즘 실마리를 풀었다.
인하대 의대 교수로 재직한 이승철 원장은 어지럼증 전문가다. 2년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평형기능연구소에서 평형기능 소실 환자의 재활치료에 뛰어난 연구 업적을 남겼다.
연세대와 아주대 의대 교수 출신인 전영명 원장은 중이염 전문가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시절 보청기를 맞춘 곳으로 유명한 LA의 ‘하우스 귀 연구소’에서 2년간 중이염의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했다.
○ 대학병원의 틈새 노리다
이 병원이 귀 분야에서 최고로 꼽힐 수 있었던 것은 환자들에 대한 세심하고 체계적인 사후관리 덕분이다.
이승철 원장은 “3시간 기다려 3분 진료 받는 현행 대학병원 시스템에서는 지속적인 관리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관련 기록조차 남아 있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리이비인후과가 지향하는 사후관리는 수술이 끝난 뒤에도 평생 지속적인 관리를 받으며 건강하게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병원에서는 환자와 가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환자들 간의 커뮤니티, 귀 질환 관련 강좌 및 워크숍 등이 이뤄지고 있다.
3월경에는 청담동 병원 뒤편에 ‘인공와우전문센터’를 건립한다. 사후관리 프로그램을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 트리플 A급 ‘소리케어넷’
소리이비인후과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이 병원이 전국에서 선정한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직원들을 1년간 훈련시켜 올 1월 귀 전문 병원 네트워크인 ‘소리케어넷’(www.soreecare.net)을 개설했다.
이 네트워크의 문턱은 높다. 전문 진료장비 구비, 3개월마다 연수 등 가입 조건이 까다로워 아직까지 전국 12곳에 불과하다.
3월에는 지금까지 3명의 원장들과 함께 일한 유신영 전문의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직접 병원을 연다. 감기환자를 진료하지 않고 귀 전문 클리닉만으로 병원 운영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일반인들도 ‘소리케어넷’에 가입하면 온라인상에서 각종 소음과 고령화에 따른 귀 건강 관리, 인공와우 시술, 난청의 예방 및 치료 등에 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전영명 원장은 “각 지역의 환자들이 굳이 대학병원에 가지 않고도 최고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트리플 A급 귀 전문 병원 네트워크를 확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베스트 클리닉 선정 이유
△국내 최초로 설립된 귀 질환 전문 병원
△대학병원에서만 가능했던 인공와우 수술 300건 돌파
△국내 최대의 난청치료센터와 인공와우센터
△국내 유일 난청 유전자 클리닉 운영
△국내 유일의 귀 전문 이비인후과 네트워크 설립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