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제시문 나) 통계청은 한국의 30, 40대 인구가 2006년 1675만 명을 최고로 2007년부터 감소해 2040년 이후에는 1000만 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전체 인구 중에 30, 4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 34.8%로 최고점을 찍은 후 2020년에 29.8%, 2050년에 19.4%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략) 30, 40대는 생산 활동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세대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이 연령층이 줄면 국가 전체의 생산력이 줄어들게 된다. 미래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이런 상황은 경제이익을 추구하려던 과거의 정책에 의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1960년대 이래 가계 및 국가 경제에 부담인 양육비는 줄이고 저축률은 올려 자본을 축적하려고 산아 제한 정책이 추진됐다. 이는 한국 경제가 고도 성장하는 주요 기반이 됐다.(후략)
◆해설
한양대는 2007학년도 정시 논술고사에서 최근 국가 과제로 대두된 ‘저(低)출산과 고령화’를 주제로 다뤘다. 인구 변화의 이유와 결과로 생기는 문제를 분석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모색하도록 요구하면서 ‘제시문 나’를 포함한 4개의 글을 제공했다.
한 나라의 생산성과 생활수준 즉, 국내총생산(GDP)은 노동력의 크기를 결정하는 인구 크기에 영향을 받는다. 사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인구가 많은 나라의 GDP가 네덜란드나 룩셈부르크처럼 인구가 적은 나라에 비해 큰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생활수준에 초점을 맞춘다면 GDP의 총액보다는 ‘1인당 GDP’가 더 중요하다. 1인당 GDP는 각 나라 국민이 평균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을 말해 준다.
인구 증가가 1인당 GDP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질문에 처음으로 답했던 경제학자는 18세기 말 영국의 토머스 맬서스였다. 그는 ‘인구론’에서 “인구가 늘어나면서 각 사회의 부양 능력은 끊임없이 위협받을 것이며 인류는 빈곤에서 영원히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인구 증가율이 높은 나라의 ‘1인당 GDP’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다행히 맬서스의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지난 2세기 세계 인구는 약 6배로 늘었지만 평균 생활수준은 훨씬 높아졌다. 경제성장의 결과로 대부분 국가에서 기아와 영양실조는 해묵은 과제가 됐다. 때때로 생기는 기근은 식량생산의 부족보다는 불균등한 소득분배나 정치적 불안정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맬서스는 인구 증가보다 더 빨리 진보하는 인류의 창의력에 주목하지 못했다. 어떤 물건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에 대한 혁신으로 맬서스 시대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번영을 얻었다. 기술 진보의 긍정적 효과가 인구 증가의 부정적 효과를 앞선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는 더 나아가 인구 증가가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본다. 인구가 많을수록 기술 진보에 공헌할 과학자 발명가 엔지니어도 많아진다는 주장이다.
앞으로도 인구 증가가 맬서스의 예측처럼 결핍의 원천이 아니라 기술 진보와 경제 번영의 원동력이기를 기대해 본다.
한 경 동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