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싱글이라면 명절의 고독쯤이야
《바야흐로 싱글이 트렌드가 됐다. 결혼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일과 여가를 즐기는 싱글 미스를 겨냥해 ‘골드 미스’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한국사회에서 싱글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25세에 독립해 올해 15년째를 맞는다는 싱글 황명화 씨가 ‘홀로 살기’의 다양한 편린을 담은 ‘골드미스 다이어리’를 연재한다. 그녀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최근 ‘솔로 쿠킹 다이어리, 위풍당당 그녀의 맛있는 하루’라는 책을 펴 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혼자임을 즐기는 싱글에게도 혼자일 수 없는 때가 있으니, 바로 명절이다. 명절은 싱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때이다.
오랜만에 뵌 일가친척들이 툭툭 던지는 ‘언제 (결혼) 하느냐’는 질문은 핍박에 가깝다. 설거지하느라 바쁜 올케들은 싱글 시누이를 부러워할지도 모르지만 싱글 시누이들은 올케들이 부럽다.
남자 싱글도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 누구네 아들이 장가간 지 3년 만에 어느 지역 몇 평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식으로 염장을 지르면 명절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친인척의 핍박을 받는 싱글보다 더 괴로운 싱글도 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텅 빈 도심에서 홀로 보내는 이들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배달민족’을 자처하며 배달 음식에만 의존하며 밥 대신 라면이나 끓이고 냉동만두나 녹여 먹고 있으면 신세가 처량해진다. 한마디로 명절 연휴는 싱글에겐 고난 주간이다. 고난의 시간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하지만 덜컥 겁부터 삼키지 말자. 진정한 싱글의 세계를 살며 이미 신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에게는 안식 같은 평화가 있다. 그 누가 가혹한 말을 날려도 괴롭지 않고, 혼자 서울 도심을 지킨다고 해도 외롭지 않다.
‘결혼’ 운운하며 염장을 지르는 사람들에겐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라고 하자. 일부러 혼자 사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어른들에게 그저 “어르신들 말씀은 다 옳다”는 처세만큼 훌륭한 것은 없다. 그리고 종종걸음을 치는 식구들을 대신해 부지런히 설거지라도 해라. 그것도 귀찮다면 밥도 먹지 말지어다.
명절에 홀로 남아 외롭다고? 진정한 싱글이라면 외로움이라는 스트레스 때문에 명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두가 가족의 품으로 떠나간 그 시간이 진정한 싱글 로망을 즐길 때다. 외로움은 싱글이기에 얻는 즐거움에 따라오는 덤이다.
편히 쉬고 있는 우리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외로움으로 나자빠져 있지 말고 그동안 고생한 ‘나의 몸’을 위해 황금 같은 여행이나 휴식은 어떤가.
황명화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