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만 보면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전사 여군 중사 출신 격투기 챔피언 안지혜(25·사진).
그는 최근 킥복싱 여자 챔피언 출신인 김현성(25)과의 라이벌전이었던 ‘네오파이트10’ 경기에서 판정승했다. 3월에는 한국격투기연맹 챔피언 방어전도 치를 예정이다.
그는 특전사 여군 중대 출신이다. 2002년 하사로 지원 입대해 2006년 중사로 제대했다. 낙하와 사격훈련을 수없이 소화했다. 부대에서 특공무술도 익혔다. 이라크에도 다녀왔다.
“낙하할 때는 내 손바닥 안에 가려지는 세상을 보면 묘하게 기분이 좋았어요. 눈썹이 휘날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늘에서의 이런 느낌이 좋아 고공침투 임무를 맡고 싶었으나 대테러팀 근무 명령이 떨어졌다. 각종 군부대 행사 때나 국군의 날에는 특공무술시범도 많이 보였다.
“군대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재미있어요.”
자부심과 재미를 느끼던 군 복무를 접은 이유는 격투기 때문이다.
경남 통영 출신인 그는 충무여중 3학년 때부터 격투기를 익혀 왔다. 태권도 사범을 지낸 아버지 밑에서 자라 어려서부터 운동에는 익숙했다. 우연히 동네 골목에 뿌려진 전단을 보고 찾아간 격투기 체육관. 10km 달리기를 하고 난 뒤 곧바로 윗몸일으키기 등 복근운동을 하면 숨이 턱턱 막혔다. 남자와의 대련으로 입술이 터지고 얼굴이 붓기 일쑤였다. 그럴 때면 얼굴을 안 보이려고 고개를 숙이고 집으로 들어가곤 했다. “관장님이 가르쳐 주는 동작을 익히고 응용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주 재미있었어요. 이런 운동을 하는 내가 미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힘들어서 옥상에서 뛰어내릴까 생각도 해 봤지만 이제 그런 생각은 안 합니다. 얼굴 다치는 건 당연히 그렇게 된다고 받아들이니 아무렇지도 않아요.”
고교 졸업 후 격투기 챔피언이 돼 사범으로 일하던 중 입대했다.
“격투기 쪽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으니 새로운 일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뭔가 힘든 일을요. 힘든 일을 겪고 나면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았어요. 찾아보니 그중 힘들어 보이던 것이 특전사더군요.”
그런데 특전사 복무 도중에는 격투기 경기 출전이 금지됐다. 한번은 몰래 격투기 경기를 하고 복귀했다가 다친 얼굴 때문에 들통이 났고 주의를 받기도 했다. 결국 격투기를 해도 좋다는 부대의 허락을 받았지만 좀 더 본격적으로 격투기를 하기 위해 전역했다.
꿈은 격투기 체육관을 운영하는 것이다.
“아무리 격투기를 익혔어도 싸움에서는 여자가 남자한테 힘들다고 생각해요. 저는 남자를 이긴다고 말하지는 않아요. 다만 운동을 익힌 사람으로서 남자들에게도 운동을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운동을 익힌 여자로서 더 섬세하게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영=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