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김주원(29)이 네 명의 남자 무용수와 ‘사랑’을 나눈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은 다음 달 2∼4일 서울 정동극장(02-751-1931)에서 처음으로 개인 무대를 펼친다. 사랑을 테마로 한 ‘몸짓으로 그리는 수채화’. 네 남자와 네 가지 빛깔의 ‘사랑의 듀엣’을 선보이는 공연이다. 국립발레단의 장운규, 김현웅, 유니버설발레단의 엄재용, 그리고 국립무용단 이정윤. 대극장 무대에서만 보던 스타 무용수들을 숨소리까지 전달되는 400석 소극장에서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김주원이 자신과 가장 ‘춤 궁합’이 잘 맞을 남자 무용수들을 골라 먼저 ‘프러포즈’했고, 이들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해적 - 후배 김현웅과 무대 “연습이 필요 없어”
첫 무대는 김현웅(26·사진)과 연다. 가장 유명한 2막의 침실 파드되(2인무). 지난해 김주원에게 세계 최고 권위인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최고 여자무용수상을 안겨 줬던 바로 그 2인무다. 수상 이후 두 사람이 이 파드되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 무대가 처음.
“현웅이가 ‘누나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니까 꼭 해적을 같이하자’며 고맙게도 먼저 말을 꺼내 주더라. 아마 이 파드되가 네 작품 중 대중적인 관심을 가장 많이 모을 것 같다.”(김주원)
“워낙 둘이 호흡을 많이 맞췄던 작품이라 이번에 오랜만에 추는 건데도 특별히 연습이 필요 없을 만큼 정말 편하다. 그래서 난 그냥 이번 공연에서는 주원이 누나의 ‘엔도르핀’ 역할이나 하려고 한다.(웃음)”(김현웅)
이번 공연에서 유일한 클래식 발레 작품으로 김주원의 섬세한 상체 라인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작품.
●달은 어디에 - “친구로 파트너로” 선화중 동기 장운규는 너무 편해
첫 개인 무대를 준비하면서 김주원이 가장 먼저 도움을 청한 남자는 바로 선화중 동기인 장운규(사진)다.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고심한 끝에 장크리스토프 마요 안무의 모던 발레 ‘달은 어디에’를 골랐다. 77년생인 두 사람은 “올해 서른이 됐는데 이 나이에 해볼 만한 작품 같았다”고 했다. ‘달은 어디에’는 특별한 줄거리 없이 삶과 사랑, 죽음이라는 인생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오랜 친구로, 동료 단원으로, 파트너로 두 사람은 편안한 부드러움 속에 사랑을 표현할 예정. 세계 스타로 발돋움한 이 발레리나의 “과거 모든 비리(?)를 다 알고 있다”는 오랜 지기인 그에게 한 가지만 폭로해 달라고 하자 웃으며 입을 다물었다. “주원이 역시 내 모든 비리를 알기 때문에….”
●사랑의 침묵 - 처음 해도 오랜 짝꿍 같은 엄재용과 함께
이번에 초연되는 허용순 안무의 신작. 김주원은 ‘라이벌 발레단’인 유니버설발레단의 주역 무용수 엄재용(27·사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른 발레단에 몸담은 까닭에 두 사람이 함께하는 첫 무대다.
“재용이는 팔다리가 길어 원래 자신의 키(180cm)보다 훨씬 커 보이는 무용수다. 무대에서 남자답게 보이는 신체여서 재용이와 파트너를 하면 내가 더 여성스럽게 느껴질 것이다.”(김주원)
“평소 주원 누나의 공연을 보면서 무대에서 관객을 사로잡고, 호흡하는 데 굉장히 뛰어난 발레리나라고 생각했다. 한 번쯤은 꼭 같이 춰 보고 싶었는데 마침 이번에 연락을 받고 내심 기뻤다. 연습을 하는데 정말 편해 처음 만나는 파트너 같지 않다.”(엄재용)
●더 원 - 한국무용계 스타 이정윤과 더욱 특별한 무대
“2000년에 (장)운규가 발레 부문 금상을 수상한 동아무용콩쿠르에 응원 갔다가 한국무용 부문에서 금상을 탄 (이)정윤 씨 춤을 처음 봤다. ‘저 사람은 진짜다’라는 느낌이 확 들더라. 그때부터 계속 정윤 씨 춤을 눈여겨봐 왔다.”
김주원이 고른 마지막 파트너는 국립무용단의 수석무용수 이정윤(29·사진). 김주원의 칭찬에 그는 “유명한 발레리나가 한국 무용을 하는 나를 알 거라고는 생각지 못해 출연 제안을 받고 놀랐다”고 말한다. 그 역시 한국무용계의 스타다. 발레리나와 한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 김주원에 대해 “발레리나이면서도 춤에서 동양적인 느낌이 풍긴다”고 평했다. 이정윤은 한국 춤의 색채가 들어간 현대적인 춤을 이번에 직접 안무하고 김주원과 함께 장르를 뛰어넘는 몸짓 언어를 보여 줄 예정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