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인정한다면, 우리는 질문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으로,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삶의 수단이나 목표가 비열하고 저급하다면, 그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없으며 자존심을 유지할 수도 없다.》
지금 이 순간 근심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욱이 그 근심이 그 사람의 고유한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그의 벗과 이웃들의 것이기도 하다면, 그러나 그 모든 근심을 뒤로하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모색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쯤 읽어야 할 책이 여기에 있다. 바로 ‘스콧 니어링 자서전’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삶을 실천했던 사람, 스콧 니어링. 그는 다른 사람이 사는 방식과 기호에 맞춰 살지 말고 자기 개성에 따라 살 것을 역설했고 그 역시 자신의 신념과 소신에 따라 단순하게, 치열하게, 저항하며 한 세기를 살았다. 자본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며 인간을 괴롭히는 권력으로부터, 그러한 사회가 조장하는 근심과 두려움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수반되는 조급함과 분주함으로부터,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좁은 지역으로 몰려드는 데서 생기는 복잡함과 혼란으로부터. 그것은 가장 자본주의적인 나라에서 태어나 가장 비자본주의적으로 살았던 보기 드문 삶의 모습이었다.
자서전에서 잘 드러나듯 니어링의 삶에 대한 원칙은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지속적인 안락’보다 더욱 인간을 타락하게 만드는 것은 없으니 가진 것이 많을수록 행복은 줄어든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삶이란 일상적 긴장과 지혜로운 해결의 연속선이지 한참 고생하여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놓고 그 다음부터 안락하게 영위하는 식으로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기가 가진 소유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임을 늘 기억하며 살아갔던 그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전 세계적 규모로 계획된 파괴와 살상이 서구 문명이 인류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라면 서구 문명은 조금이라도 빨리 세계무대에서 퇴장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라고 서슴없이 말했던 니어링. 그는 아내 헬렌 니어링과의 시골 생활이 “이 폭력적인 미친 세상에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제 정신을 갖고 살 수 있게 해주는 삶의 한 본보기”임을 보여주었다.
또한 수많은 젊은이들은 그를 통해 스스로도 발견치 못했던 자신의 욕망마저 끄집어내고 만들어내는 도시의 달콤한 것들에 대하여 의심하였고, 그 속에서 무엇이 대안인지 고민하였으며, 나아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실현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만큼의 필요만을 취하기 위해 철저한 자급자족의 삶을 꾸려나갔고, ‘부의 덫’이 사회를 짓누르지 않는 공정한 분배의 공동체가 되기를 계획하고 실천한 사회주의자였으며, 하루 4시간 노동과 4시간 글쓰기와 4시간 친교활동을 지키며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니어링. 그는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함으로써 진정한 웰빙은 철저한 웰두잉(well-doing)이 선행되어야 함을 몸으로 가르쳐 준 인물이었다.
허혜란 소설가·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