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8시 반 인천 연수구 송도역 고갯길 왕복 8차로 횡단보도.
송도초등학교 김희환(53) 교감이 손에는 흰색 장갑을 끼고 호루라기를 입에 문 채 학생들의 등굣길을 지도하고 있었다.
길을 건너던 학생들은 “교감선생님 추우시죠.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청학동에서 내려온 출근 차량의 운전자들도 김 교감의 모습이 낯익은 듯 창문을 내리고 “선생님. 수고하십니다”라고 외쳤다.
매일 아침 횡단보도 한복판에서 어린 학생들의 등교 지도를 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송도초등학교 교감이란 소문이 지역에 퍼지면서 김 교감에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흔해졌다.
김 교감은 학생과 학부모,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교통안전지킴이로 통한다.
송도초교 학생들의 90%가량이 청학동에 살고 있어 매일 아침 송도역 고갯길 왕복 8차로 횡단보도를 지나 학교로 등교하고 있다. 저학년은 걸음이 늦어 늘 교통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 매일 아침 청학동에서 내려온 1000여 대의 차량이 연수동과 인천항 방향으로 좌·우회전을 하는 상황이어서 30여 m 길이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학생들의 등굣길은 항상 위험할 수밖에 없다.
김 교감이 제자들의 등굣길 안전을 위해 교통안전지킴이로 나선 것은 2000년 10월부터다.
당시 인천 계양구 부현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던 그는 눈앞에서 사랑하는 제자를 잃었다. 그해 추석 연휴가 끝나 학생들이 등교하던 첫날(9월 14일), 5학년 제자가 학교 앞에서 버스에 치여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내가 교통지도를 제대로 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란 죄책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매일 1시간 먼저 출근해 교통지도를 하기로 다짐했지요.”
장례식이 끝난 뒤 그는 제자들을 위해 거리로 나섰다. 부현초교를 거쳐 구월초교, 송도초교에 부임하기까지 7년 가까이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교통안전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김 교감이 솔선수범을 보이면서 학부모들도 녹색어머니회에 적극 참여하는 등 자녀들의 교통지도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해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전국교통안전촉진대회에서 건설교통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학부모 진영미(45) 씨는 “개인 사정으로 교통지도를 못할 날도 있을 것 같은데 교감선생님은 부임 후 하루도 교통지도를 쉰 적이 없다”며 “진정으로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어 학부모들이 존경한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