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 주의 붉은 언덕에서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게 되는 꿈입니다.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이 위대한 말을 남긴 미국의 흑인 해방운동 지도자 마틴 루서 킹. 그는 1929년 애틀랜타의 중산층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보스턴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집안 좋은 여자 성악가와 만나 결혼을 하고, 몽고메리의 덱스터 교회 목사가 된 그는 부유한 삶을 살 수 있었으나 백인들의 흑인에 대한 멸시와 차별을 없애기 위해 험난한 삶을 택했다.
그 시절에 흑인들은 버스에서 백인과 함께 앉을 수 없었고, 운전자들은 흑인들을 검둥이, 검은 원숭이, 검은 젖소라 부르며 멸시했다. 또 흑인은 똑같은 돈을 내고도 백인처럼 식당의 카운터에 앉아서 먹을 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던 중, 1955년 12월 1일 몽고메리에서 로사 파크스라는 흑인 여인이 버스 안에 앉아 있다가 흑백분리법을 위반한 죄로 체포된다. 이를 계기로 흑인들의 버스 보이콧 운동이 벌어졌고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식들과 손자들을 위해서”라며 동참한 흑인들은 작은 승리를 쟁취했다.
이 운동의 지도자였던 마틴 루서 킹은 그때부터 흑인의 인권을 위한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1964년에는 노벨평화상을 받는다. 또한 흑인의 투표권 쟁취, 베트남전 반전 운동, 빈민운동 등을 벌이다가 1968년 4월 4일, 멤피스의 한 호텔에서 암살당한다.
이 자서전은 역사적 사실의 나열을 넘어서 현장의 구체적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마틴 루서 킹의 사상과 고뇌도 잘 보여 준다. 그의 중심에는 예수의 사랑과 간디의 비폭력 저항 정신이 있었다. 이런 태도는 양심적인 백인들의 협조를 이끌어내 수많은 승리를 거두었지만 미국에 뿌리 깊게 박혀 있던 흑백 차별은 견고했다. 백인들은 집요하게 그를 방해했고 과격한 흑인들은 그를 온건 타협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생전에 마틴 루서 킹이 남긴 글을 편집한 이 자서전은 한 개인의 일생뿐만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의 본질과 미래를 생각하게 해 주는 소중한 책이다. 버스에서 같이 앉을 수 있는 권리, 투표권 등 당연해 보이는 기본권이 흑인들에게 제한된 나라가 민주주의 대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의 40년 전 상황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현재의 미국은?’이라는 의문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여행 중에 인종차별적인 시선 속에서 설움을 느껴 보았고, 모스크바에서 내 얼굴이 노랗다는 이유로 주먹을 휘두르던 스킨헤드들과 싸웠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분노에 떨기도 하고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은 40년 전 미국의 얘기를 넘어서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미 우리 땅에도 아시아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과 혼혈인이 많아졌다. 우리와 함께 살아갈 이 생명들에 대해 우리는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이 책을 읽고 나면 ‘인종 차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죄악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된다.
이지상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