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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88년 한국 국제기능올림픽 7연패

입력 | 2007-02-23 03:01:00


쟁쟁한 국가 대표들이 경쟁하는 올림픽은 올림픽인데, 한국이 14회나 우승한 올림픽은?

정답은 국제기능올림픽이다. 이 대회는 1950∼1960년대에는 거의 매년 열렸지만 1970년대 들어 격년제로 바뀌었다.

한국은 처음 참가한 1967년 제16회 스페인 대회에서 스페인 일본 서독에 이어 종합 4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갈 길이 멀었다. 당시 선수단의 자체 평가 보고서를 보자.

“대회 성적을 분석할 때 제화(製靴) 도장(塗裝) 판금(板金)같이 손재주가 작업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분야에서는 입상했지만 선반(旋盤) 기계조립 부문에서는 성적이 부진했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공업입국의 실현을 위해서는 기계조작에 비상한 힘을 기울여 서구 수준을 앞지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이때부터 정부가 기능올림픽에 쏟는 정성은 대단했다. 선수단을 위한 카퍼레이드, 시민 환영대회, 대통령 주최 축하연 등이 풍성하게 베풀어졌다.

범국가적 관심과 열정은 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1977년 네덜란드 대회에서 마침내 첫 우승을 거머쥔 것.

이 분위기는 1980년대까지 이어졌다.

1988년 2월 23일 제29회 호주 대회의 최종 심사 결과 한국은 금메달 12, 은메달 6, 동메달 3개로 대회 7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다음 날 축전을 보내 “모든 국민에게 기쁜 소식이며, 특히 임기 마지막 날인 본인에게도 큰 선물이 되었다”고 했다. 같은 달 25일 취임한 노태우 대통령도 귀국한 선수단을 청와대로 불러 “여러분이 7연패의 좋은 봄소식을 갖고 왔기 때문에 가을 88올림픽 때도 알찬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기능올림픽의 열기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시들해졌다. 3D 업종 기피 현상, 기능보다 첨단기술이 중시되는 시대 흐름, 기능 인력에 대한 정책적 배려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무려 9연패를 달리던 한국은 1993년 대만에 1위를 내줘 한때 실의에 빠졌다. 그러나 한국의 기능인들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1995∼2003년에 5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기능올림픽은 올해 11월 일본에서 열린다. 2005년 핀란드 대회에서 스위스에 빼앗긴 정상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기능인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묵묵히 굵은 땀을 흘리고 있다.

‘기능 코리아’ 파이팅!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