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그때 그 판결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과 이혼하지 않았을까”
항상 쾌활한 모습으로 희망을 얘기했던 ‘강효리’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50)이 23일 발매된 ‘여성동아’ 3월호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의 사업 부도와 빚, 변호사 개업과 이혼 등 힘겹게 넘어온 인생의 고비에 대해 담담하게 털어 놓았다.
강 전 장관은 84년 초임 판사 시절 시위 중에 돌멩이를 던진 혐의로 잡혀온 대학생들을 풀어준 적이 있다. 이 사건으로 그는 가정법원으로 보내지는 데 그쳤지만, 그의 인생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 것. 바로 남편 김태경 씨에게 ‘불똥’이 튄 것이다.
결혼 전 시국사건으로 두 차례 구속 전력이 있던 김 씨는 당시 한 언론사에 입사할 예정이었는데 강 장관 탓에 신원조회에 걸려 취업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김 씨는 출판사를 차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출판하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두 사람은 출판사 운영과정에서 진 빚 문제로 지난 2000년 이혼하고 말았다.
강 전 장관은 “제가 그때 그 판결을 맡지 않았다면, 그래서 남편이 언론사에 취업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해요”라며 “그랬더라면 남편은 출판사를 차리지 않았을 테고, ‘자본론’으로 구속되는 일은 없었을 테고, 우리가 부채로 인해 이혼하는 결과도 오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하고요”라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오랫동안 이런 질문을 하며 스스로를 괴롭혔다고 한다. 힘겨워 하며 혼자 술집을 다니기도 했을 정도.
하지만 그는 “깊고 넓은 고통을 겪을수록 더 큰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이제 와 보니 산다는 건 모든 걸 다 헤아리고 공격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는 일인 것 같더라고요. 마음 다칠 것도 술잔에 빠질 것도 없이 그냥 덮어 버리고 태연하게 있으면 지나가는 것이었는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시장 선거 이후 머리를 식힐 겸 혼자서 이곳저곳을 여행 다닌 강 전 장관, 함께 커피마실 사람, 여행 동무가 돼 줄 사람은 없는 걸까. 그는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전들 왜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겠어요,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요. 60살 넘어서 생각해 볼까요?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