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법칙/지상현 지음/276쪽·1만8000원·지호
얼마 전 한 국제브랜드 가치 조사기관이 추산한 코카콜라 병의 디자인 가치는 무려 4조 원이 넘었다. 이처럼 현대 마케팅에서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은 바로 디자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느 기업이든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혁신적인 디자인 개발에 여념이 없다. 문제는 디자인 콘셉트가 추상적인 언어인 반면 디자인은 시각적인 이미지라는 것.
“중상위 경제 계층을 타깃으로 고급스러우면서도 도시적이고 메커니컬한 느낌의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기업 관계자가 디자이너에게 이렇게 요구했다 치자.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무엇이며 ‘도시적’인 디자인은 또 무엇일까. 말을 이미지로 변환하는 정확하고 체계적인 과정이 없다면 전혀 엉뚱한 디자인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둘 사이의 괴리를 이을 징검다리로 심리학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은 소비자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언어를 갖고 있다.
저자가 특히 중점을 둔 것은 이미지 스케일. 이미지 스케일은 소비자의 평가항목을 x축과 y축의 좌표로 만든 뒤 그 위에 ‘고급스러운’ ‘부드러운’ ‘친근한’ 등의 여러 감성어를 분류해 놓은 것이다.
이렇게 세분화된 감성어의 자리에 일치하는 이미지를 찾아 축적해 놓으면 디자인 콘셉트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디자인을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은 여러 유용한 이미지 스케일을 담았는데 그중 저자가 개발한 사상(四象)공간이 흥미롭다. 사상공간은 전통 한의학 이론인 사상체질론을 응용한 한국적 이미지 스케일. x축은 음-양이고 y축은 태-소다. 예컨대 태양의 영역은 ‘외향적’ ‘대범함’ ‘다혈질’ 등의 성격을 나타낸다.
이를테면 새로 개발한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의 느낌을 조사해 이 좌표에 표시하고 이 좌표에 맞는 이미지를 포커스그룹 리서치를 통해 찾아내는 것이다.
이 책은 단지 디자이너의 ‘감(感)’에만 의존해 왔던 제품·광고 디자인을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분석할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한다. 마케팅 담당자들이 읽어봐야 할 책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