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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부호들, 줄을 서시오”…‘금융제국 J. P. 모건’

입력 | 2007-02-24 03:00:00

존 피어폰트 모건 1세. 사진 제공 플래닛


◇금융제국 J. P. 모건 1, 2/론 처노 지음·강남규 옮김/1, 2권 1264쪽·1권 3만2000원, 2권 2만 원·플래닛

“‘예’나 ‘아니요’ 중 하나를 선택하시오.”

뉴욕 월스트리트 23번지 J P 모건의 빌딩 ‘더 코너’의 사무실. 존 피어폰트 모건 1세는 시가를 물고 마호가니 책상 앞에 앉아 퉁명스럽게 고객의 선택을 압박한다. 예금계좌 개설에만 최소 100만 달러의 예치를 요구하는 콧대 높은 은행가에게 고객들은 오히려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가 출중한 판단력으로 많은 돈을 벌어주기를 기대하면서….

이 책은 “신뢰가 없으면 하나님 나라 채권으로도 돈을 빌릴 수 없다”는 세평이 나돌 정도로 런던의 ‘더 시티’에서부터 뉴욕의 ‘월스트리트’까지 150년 동안 장악해 온 모건가의 장대한 역사와 해부다.

우선 독자는 이 책의 방대한 분량에 놀란다. 한 가문의 역사를 무려 1200여 쪽에 담아 낸 저자(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의 공력은 이 책을 1990년 전미도서상 논픽션부문 수상작으로 만들었다. 책의 분량이 늘어난 이유는 단순하다. 모건가를 둘러싼 세계 금융의 역사가 날줄과 씨줄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한 금융가 집안의 흥망성쇠가 아니라 20세기 금융의 역사서이자 미국 외교사이기도 하다.

주니어스 스펜서 모건, 존 피어폰트 모건 1세, 존 피어폰트 모건 2세(잭 모건) 등 3대에 걸친 모건가의 야심가들은 돈과 교양을 겸비한 최고의 부호들만을 엄선해 돈을 받았다. 이 같은 ‘하이 파이낸스(high finance)’ 기법에 오죽했으면 코미디언들마저 “모건 은행의 창구 직원들은 100만 달러짜리 미소를 갖고 있고, 100만 달러를 지닌 고객에게만 웃어준다”고 비아냥거렸을까. 전 세계 7대 정유회사 중 6개사가, 미국 100대 기업 중 96개사가 한때 ‘모건 하우스’의 독점적 고객이었다.

모건가는 돈뿐만 아니라 세계 외교의 핵심에 있었다. 돈을 중심으로 구축한 미국 및 전 세계 지도자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국제정치까지 주물렀다. 파시스트 무솔리니에게 조언해 주기도 했고, 일본이 만주를 점령했을 때는 일본 이노우에 가오루(井上馨) 대장상이 발표한 성명의 초안을 작성하기도 했다.

논픽션이지만 이 책이 소설처럼 술술 익히는 이유는 전쟁과 공항. 스캔들과 암살기도, 음모와 야심 등 소설의 극적 요소를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원제 ‘The House of Morgan’(1990년).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