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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할아버지, 일어나세요!… ‘십장생을 찾아서’ 外

입력 | 2007-02-24 03:00:00


◇십장생을 찾아서/최향랑 글 그림·52쪽·1만 원·창비

◇할아버지의 눈으로/퍼트리샤 매클라클랜 글·데버러 코건 레이 그림·신형건 옮김·40쪽·8800원·보물창고

◇아기가 된 할아버지/문영숙 글·이영림 그림·136쪽·8500원·푸른책들

많은 아이가 예전만큼 할아버지를 정겹게 느끼지 않는다. 할아버지에게 삶의 지혜를 배우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냥 친인척 중 한 명으로 생각할 뿐이다.

할아버지를 소재로 한 세 권의 책이 나왔다. 그중 ‘십장생을 찾아서’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꿈같이 아름답게만 비치는 것은 오늘날 손자들과 멀어진 할아버지의 위치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림책 작가 최향랑 씨는 시아버지가 병중이었을 때 이 글을 구상했다고 한다. 시아버지와 딸 예린이는 둘도 없는 단짝이었단다.

그림책은 주인공 아이가 할아버지가 입원한 뒤 텅 빈 방에서 할머니의 비단주머니를 만지작거리다 잠이 든 뒤 꿈속에서 십장생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십장생을 모아 할아버지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서다.

오래 살거나 변하지 않는 열 가지를 십장생이라고 부르는데, 옛날 사람들은 가족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안 물건에 십장생 무늬를 만들어 넣었다.

작가는 십장생이 담겨 있는 물건의 다양한 소재를 그림으로 생생하게 살리기 위해 붓과 바늘을 잡고 2년여 동안 온갖 정성과 사랑을 기울였다고 한다.

버려진 자개장롱에서 끌로 파냈다는 사슴, 전통 자수로 피어난 불로초, 도자기판에 그려 구워낸 산과 구름…. 할아버지가 오래 사셨으면 하는 아이의 마음과 잘 어울리는 십장생들이 참 곱고 예쁘다.

‘할아버지의 눈’으로는 시각장애인인 할아버지와 사는 소년의 하루를 담은 미국 그림책. 소년은 다른 집들도 아주 멋있지만 할아버지네 집이 가장 좋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눈으로 보기 때문이란다.

소년은 눈을 감은 채 체조하고 아침을 먹고 첼로를 연주하며 할아버지의 어둠을 이해한다.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것들까지 볼 수 있게 돼 할아버지의 삶의 연륜까지 배운 셈.

‘키가 크고 수수한 새라 아줌마’로 뉴베리상을 수상한 퍼트리샤 매클라클랜이 글을 썼다. 그림을 맡은 데버러 코건 레이는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의 그 화가다.

‘아기가 된 할아버지’ 역시 작가의 체험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 치매에 걸린 찬우 할아버지는 밤마다 징을 쳐댄다. 엄마는 아파트 사람들의 밤잠을 깨운다며 질겁하지만 찬우는 그 소리가 좋기만 하다. 찬우네 가족은 치매증세가 심해진 할아버지를 고향 근처의 치매노인보호시설에 맡기러 가고 그 과정에서 찬우는 징에 얽힌 사연을 듣게 된다. 찬우네 가족은 할아버지를 다시 집으로 모셔오지만 치매증세가 심해지자 찬우는 그런 할아버지를 귀찮아하고 빨리 돌아가셨으면 하고 바란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둔 아이도 많을 것이다. 작가는 처음에 성인을 위한 논픽션으로 썼던 것을 다시 동화로 썼다. 작가는 힘겨웠던 지난 시간들이 자녀에게 세상을 포용하는 따뜻한 마음의 밑바탕이 되었다고 말한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