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회사 차원에서 결연을 한 경남 거제도의 장애인복지관 아이들이 보내온 그림카드를 들어 보이며 웃고 있는 최동주 아이파크몰 사장. 이훈구 기자
㈜현대아이파크몰(용산역사) 최동주(55) 사장은 한 장애인시설을 위해 기부금을 끌어 모으는 일을 만 20년째 하고 있다. 기업에서 익힌 ‘마케팅’ 감각을 무형의 기부로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들은 자기희생엔 강하지만 경영 마인드는 부족하기 마련이죠. 복지기관의 장은 기부금을 타내고 또 기관의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는 기관장은 거의 없습니다. 저 같은 기업인이 그 몫을 책임져야겠죠.”
좋은 사업 아이템도 투자자를 모아야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래서 유능한 경영자들에겐 투자처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능력이 필수다. 같은 이치로 사회복지기관들도 봉사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돈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마음만으로는 자선사업을 할 수 없다.
○ 초등학교 단짝 친구 덕에 봉사에 눈떠
최 사장은 초등학교 시절 보육원 출신의 단짝 친구가 있었다. 부모 없이 자라도 구김살 없던 친구를 보며 그는 보육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친구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자수성가했어요. 그 친구 덕분에 불우한 사람들을 도와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대학 다닐 때는 2년여간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봉사활동을 했어요. 허드렛일을 돕는 게 고작이었지만….”
그의 자선활동은 여기에서 잠시 멈춘다.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체에 들어간 뒤 그는 전 세계를 누비는 산업역군으로 바쁘게 살았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항상 누군가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유럽과 중동 미주 등에서 근무할 때나 해외출장이라도 떠나는 길에는 으레 현지의 장애인 시설을 눈여겨봤다. 1987년 현대백화점 영업총괄부장으로 근무할 때 마침내 봉사의 기회가 찾아왔다. 한 직원을 통해 경남 거제도에 있는 정신지체장애인 복지시설인 애강원과 연결됐다. 유통업계에 후발 주자로 뛰어든 현대백화점은 고객과 연결된 문화사업을 구상하던 터였다.
“중증 장애인을 위한 시설인데, 규모가 크고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도 과학적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열악했죠. 매년 서너 차례 바자회를 열어 기부금을 모아 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 “안 내고는 못 배기게 한다”
최 사장은 지난해부터 애강원의 이사로 일하고 있다. 그가 지난 세월 동안 한결같이 해온 일은 주위 사람들에게 기부를 독촉하는 것이다. 그의 독촉에 못 이겨 후원금을 낸 사람만 줄잡아 수백 명에 이른다.
올해 12월은 애강원 창립 55주년이라서 이 계기를 활용해 어떻게 하면 사회 저명인사들의 주머니를 더 열 수 있을까 고심하고 있다.
“지인들에겐 당신들은 사회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니까 환원을 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기부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합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기부금 약속을 받거나 창립기념일 등 다양한 기부 행사에 참가하게 만들어 감동을 유도하죠.”
그의 기부 철학엔 ‘행운을 얻은 사람은 불행한 사람들과 행복을 나눠 써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기부란 일종의 사회적인 십일조라는 것.
“기부의 형태로 사회에 투자하면 단기적으로는 마음에 기쁨이 생기고, 장기적으론 자신에게 다른 형태로 그 보답이 되돌아오기 마련입니다. 대개 남이 먼저 주면 비슷하게 보답을 하는데, 애초부터 먼저 주는 버릇을 들여야 해요.”
최 사장은 올여름 휴가를 대학생인 두 자녀와 함께 애강원에서 보낼 계획이다. 자녀들이 장애인들의 생활 모습을 지켜보고 체험하는 가운데 자신의 기부 철학을 ‘나눠 주고’ 싶어서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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