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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링해협 횡단/2월25일]“바다 한가운데 교통 표지판이…”

입력 | 2007-02-26 10:03:00

아나디리는 따분해!!! 원정대 장비에 후원사 로고를 붙이고 있는 이형모대원

훈련중인 대원들. 왼쪽부터 이형모 박영석 오희준대원.


사람 몸이라는 것은 정말 적응력이 대단한 것 같다. 이곳 아나디리에 처음 도착했을 때 영하 25도라는 온도가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2005년 북극점 원정 당시 베이스캠프인 캐나다 레졸루트 공항에 도착했을 때 온도가 영하 40도 였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 들이키는 숨에서 얼음이 생기는 것 같은 고통이 있었고 입김이 금새 속눈썹에 달라붙어 얼기 시작했을 때의 기분이란....

불과 2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영하 25도는 예전의 고통스런 기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박영석 대장은 물론이거니와 극지 탐험을 모두 함께 해온 오희준 대원은 기나 긴 혹한 원정의 댓가로 동상의 아픔을 평생 지니고 살고 있다. 낮은 온도에 매서운 바람이 불면 금새 손끝, 발끝, 코끝이 빨갛게 부어오른다. 동상 후유증이다. 오랫동안 엄청난 추위를 견뎌 이력이 날만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조그만 추위에도 신체가 반응을 빨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내색을 하지 않는다. "아프지 않냐?"는 질문에 오희준 대원은 나즈막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어쩌라구요, 이게 운명인데."

오늘은 창고에 보관해 둔 썰매를 끌어 본격적인 훈련에 나섰다.

바다 한가운데까지 택시를 대절해서 움직인다. 북위 64도인 이곳 아나디리에서 얼지 않은 바다 즉 개수면을 만나려면 500Km를 달려야 한단다. 그래서 얼음 물 속에 들어가는 훈련은 불가능했다. 이 정도라면 아직 지구 온난화 걱정 은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이곳 아나디리엔 바다 한가운데 교통 표지판이 있다. 지름길이라 아예 표지판을 달아놓은 것이다. 생김새나 크기 모두 탱크와 같은 커다란 설상차가 무섭게 질주하는 것을 보면 바다가 꽤나 두껍게 얼어붙은 듯 하다. 이곳 주민 말로는 얼음 두께가 1m50cm 이상 이란다.

썰매에 100Kg씩의 짐을 나눠 실은 뒤 본격적인 훈련에 나섰다. 역시 경험은 중요하다. 박대장과 오희준 대원의 썰매는 스르륵 미끌어지는데 막내 이형모 대원은 끙끙거리고 있다. 자그마한 둔턱만 나타나도 버거워하는 모습이다.

박대장과 오대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한마디를 거든다. "힘으로 하지마, 반동을 주고 무게 중심이 어디있나 잘 살피고!!!"

박대장과 오대원은 꽁꽁 얼어붙은 바다를 보니 북극 원정이 생각나나 보다.

"이런 상태라면 베링해협은 잠자지 않고 내내 걸으면 이틀이면 되겠어요."

오대원의 말이다. 하지만 어찌하랴! 베링해협은 마치 빙수를 담아놓은 것 같아 걸어가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다고 하니....

영하 15도의 온순한(?) 기온에 바람은 겨우 초속 15m로 대략 체감온도가 영하 30도인 청아한 날씨에 가진 훈련은 이렇게 3시간 가까이 무난하게 진행됐다.

수정된 계획대로라면 내일 전세기편으로 베이스캠프를 구축할 라브렌티야로 떠나게 된다. 이번 원정은 러시아와 미국의 국경을 넘어야하기 때문에 러시아 쪽 추코트 자치구 라브렌티야와 미국 알래스카 놈(Nome) 두 곳에 베이스캠프 를 차리고 서로 긴밀한 연락을 한다.

놈 베이스캠프는 '박영석 세계탐험협회' 소속으로 북극점 원정 때도 베이스캠프 매니저를 지냈던 최미선 씨와 현지 코디네이터 이지윤씨가 지키기로 했다.

이들은 24일 알래스카 현지로 이미 출발했다. 문제는 러시아쪽인데....

고단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대원들은 혹 내일 날씨 탓에 전세 비행기가 발이 묶이지나 않을까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를 자주 바라보고 있다.

아나디리 (러시아)=전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