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물가가 중국 물가에 좌우된다면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북한 근로자들의 평균 월급(약 3000원)은 암시장 환율로 1달러 정도에 불과해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말 탈북자 3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3일 발표한 ‘탈북자를 통한 북한경제 변화 상황 조사’는 이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의 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7월 1일 경제관리개선조치 이전에는 7.5%였으나 이후 5%로 줄어들었다. 직장에 정상 출근했다는 응답은 7·1조치 이전의 60.5%에서 이후 52.5%로 감소했다.
반면 장사 소득은 7·1조치 이전에 91.1%였다가 이후 88.1%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북한 주민들의 주 소득원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사실상 임종을 고했음을 알 수 있다.
7·1조치 이후 장사 소득이 조금 줄어든 대신 친척의 도움이나 가축 사육 등으로 얻은 소득이 1.4%에서 6.9%로 크게 늘었다. 해외에 나온 탈북자들이 북한 가족에게 주는 도움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7·1조치 이전 북한 주민들의 가구당 연간 지출 규모는 240달러였으나 이후에는 384달러로 나타났다. 계획경제가 이완될수록 오히려 소득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북한 가정의 엥겔계수(가계소비에서 식료품 비중이 차지하는 비중)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 엥겔계수는 1990년대 말의 80%에서 지난해 70%대로 떨어졌지만, 개발도상국의 엥겔계수가 대체로 5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웃 중국은 40% 이하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주식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대 말의 19.1%에서 지난해 45%까지 올라가 식생활 수준은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