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 직원이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이 회사 전체 인력의 절반 이상은 연구 인력이다. 사진 제공 주성엔지니어링
《경기 광주시 오포읍 ‘주성엔지니어링’. 22일 본사의 연구동에 들어서자 한국뿐 아니라 미국 대만 등 세계 각국에서 받은 특허 액자가 가로 10m에 이르는 맞은편 벽면을 빼곡히 채운 채 기자를 맞았다. 1995년 설립된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 장비업체인 이 회사가 10여 년간 등록한 특허는 모두 337건(출원 포함 840건). 미국 대만 등 해외 특허도 96건에 이른다. 이처럼 많은 특허는 증권가에서 이 회사의 ‘자산’으로 인정할 정도다. 350명의 직원 중 절반이 넘는 185명의 연구 인력이 큰 힘이 됐다.》
○ “연구개발이 회사를 살렸다”
반도체의 웨이퍼 위에 막을 입히는 화학기상증착(CVD) 장비를 만드는 주성엔지니어링은 대표적 ‘턴어라운드(실적 개선)’ 기업이다.
초창기에 이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2000년 2월 주가가 12만1000원(액면가 500원)에 이를 정도였다.
하지만 금세 시련을 맞았다. 2001년 최대 매출처와 거래가 끊기고 반도체 업황마저 침체기에 빠지자 2002년 매출은 전년(498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27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적자도 무려 875억 원에 이르렀다. 2003년 3월 주가는 사상 최저가인 155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코스닥 대장주(大將株)의 ‘종말’이 예견되던 2004년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다. 사상 최대 실적인 매출액 1669억 원, 순이익 340억 원으로 회생에 성공한 것.
이 회사 기업설명(IR) 담당 이영곤 부사장은 “적자에 허덕이던 2002, 2003년에도 매출액의 평균 93%를 연구개발비로 쏟아 부을 만큼 기술 개발에 주력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2001년까지는 반도체용 CVD 장비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2002년 유리기판 위에 막을 입히는 LCD용 CVD 장비를 개발, 양산하는 데 성공했고 2004년 관련 매출이 1200억 원으로 급증했다. LCD용 CVD 장비 시장점유율은 세계 2위까지 올랐다.
2005년 전방산업인 LCD 업종이 불황을 겪자 실적이 다시 주춤해졌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대한민국 10대 기술상’을 받은 반도체 박막형성 장비인 ‘공간분할 화학증착(SD CVD)’ 장비가 새로운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지난해 매출 기여도가 전체 1200억 원 중 800억 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SD CVD는 반도체 칩의 최소 회로 선폭이 8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로 좁아질 만큼 미세해질 것에 대비해 개발됐다. 기존 CVD 방식으로는 더 미세해진 회로에 균질하게 막을 입히기 어려워서다.
○ 다양한 제품과 매출로 안정적 수익 확보해야
제품을 다양화하기 위해 유리나 실리콘 판 위에 막을 입히는 방식을 활용하는 태양전지 제조 장비의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이미 한국철강으로부터 지난해 매출의 약 20%에 이르는 313억 원어치의 태양전지 장비의 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안정적 수익성은 이 회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최근 5년 이 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배에서 97배까지 롤러코스트를 탔다.
회사 측은 “전방산업의 업황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실적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매출을 반도체, LCD, 태양전지 등으로 다양화했고 해외 매출의 비중을 50%까지 올릴 만큼 매출처도 다양화했다”고 말했다.
광주=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애널리스트의 눈
박정욱 SK증권 수석연구원
주성엔지니어링은 국산화 비율이 낮은 반도체의 전(前)공정 장비 부문에서 생산성이 높은 장비를 공급하며 해외 유수의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벅찰 정도의 높은 투자비를 연구개발에 쏟아 부은 열의는 현재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다만 반도체 등 전방 산업의 설비투자에 따라 실적이 변동한다는 점이 약점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1995년 회사 설립 △1999년 코스닥시장 상장 △2001년 산업자원부, ‘저압화학기상증착장치(LPCVD)’ 세계 일류상품 선정
△2005년 벤처기업 대상 은탑산업훈장 수상 △2006년 산업자원부, 대한민국 10대 기술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