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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로 풀어보는 경제]정보 처리의 오류

입력 | 2007-02-28 02:59:00


문제

사람들은 대체로 수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한다. 예컨대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 남자의 비율이 약 94%라고 할 때 자신이 대한민국 남자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될 확률이 94%라 믿는 사람은 없다. (중략) 2002년에 노벨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사람들이 수치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판단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중략) 에이즈를 야기하는 바이러스(HIV)의 발병률이 0.1%라고 하자. 한 과학자가 HIV 보균자를 탐지할 수 있는 검사방법을 개발했다.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보균자로, 음성이 나오면 비(非)보균자로 진단하게 된다. 그런데 이 검사방법이 완벽하지는 않다. 이 검사는 HIV 보균자일 경우에 검사 결과가 100% 양성으로 나오지만 HIV 비보균자인 때에도 양성으로 나올 확률이 5%가 된다. 만약 어떤 사람의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을 때 이 사람이 HIV 보균자일 확률은 얼마일까? 이 질문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95%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정답은 2% 이하이다.

해설

서울대가 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도입할 예정인 ‘통합논술’에 대비해 최근 밝힌 인문계열 논술고사 제시문의 일부다. 제시문은 경제학의 새로운 분야인 ‘행동 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의 한 사례이다.

기존의 경제이론이 인간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행동 경제학은 인간의 실제 경제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즉, 때로 실수를 범하고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나 선택을 하는 인간 행동을 다루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시문에서 왜 정답은 2% 이하이고, 사람들은 흔히 95% 이상이라고 잘못 판단하게 될까.

에이즈바이러스(HIV) 보균자를 탐지하는 검사는 보균자이면 100% 양성 결과가 나오지만 비보균자일 때에도 양성으로 판정될 확률이 5%에 이른다. 따라서 검사 결과가 양성이라면 대부분의 사람은 HIV 보균자일 확률이 95%라고 생각한다(잘못 판단할 확률이 5%이므로). 거의 절망적이다. 그러나 이 판단은 오류를 범한 것이다.

HIV의 발병률이 0.1%이므로 10만 명 중 100명이 HIV 보균자다. 이때 보균자 100명은 양성 판정을 받을 것이다. 또 10만 명 중 비보균자인 9만9900명의 5%, 즉 4995명도 완벽하지 못한 검사 때문에 양성으로 판정받는다.

따라서 양성 판정을 받는 사람은 모두 5095명(100명+4995명)이며 이 중 실제 보균자는 100명이므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 중 보균자일 확률은 0.0196(5095분의 100)으로 2%가 채 안 된다. 처음의 절망감과는 반대로 매우 희망적이다.

이처럼 새로운 정보(검사의 신뢰도)를 이용해 사전 정보(발병률)를 합리적으로 갱신하는 것을 ‘베이스 정리(Bayes′ Theorem)’라고 부른다.

심리학자 카너먼 교수는 실제로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사전정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한 경 동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