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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동아국제콩쿠르 우승 백주영-프루나루 씨“반갑다 친구야”

입력 | 2007-02-28 04:08:00

1997년 제2회 동아국제음악콩쿠르에서 공동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씨(왼쪽)와 리비우 프루나루 씨. 26일 오후 만난 두 사람이 바이올린 활을 맞대며 우정을 다짐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30)과 리비우 프루나루(37). 10년 전 열렸던 동아국제음악콩쿠르에서 공동 우승했던 두 사람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만났다. 백 씨는 2005년 20대의 나이로 서울대 교수가 됐고, 프루나루 씨는 최근 세계 3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꼽히는 암스테르담 로열 콘세르트 허바우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초빙되는 등 쟁쟁한 실력파로 인정받는 두 사람이다.

“유서 깊은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어. 정말 축하해.”(백주영)

“몇 달 전 악장 제안을 받았어. 그동안 솔리스트로만 활동해 왔는데 3일간 생각한 뒤 결정했지. 콘세르트 허바우 전용홀은 한 번쯤 서보고 싶은 꿈의 무대였는데, 매일 그곳에서 연주하게 된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아.”(프루나루)

백 씨는 “악장은 바이올린 실력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전체를 이끌어 가는 리더십이 필요한 자리”라며 10년 지기의 도전을 축하해 주었다.

○ 내 인생을 바꾼 콩쿠르

콩쿠르 도전 당시 백 씨는 줄리아드 음악원 대학원과정 1년에 재학 중이었다. 고교 2학년 때 미국 커티스 음악원으로 유학 갔다 줄리아드 음악원으로 옮긴 뒤 프로 연주자로서의 앞날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던 때였다. 백 씨는 “당시만 해도 내가 이렇게 빨리 한국에 와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다”며 “연주에서 뭔가 결실을 보고 싶었는데 고국에서 열린 첫 바이올린 부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이 행로를 결정하는 데 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루마니아 출신의 프루나루 씨는 “당시 동아국제콩쿠르에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인들뿐 아니라 유럽, 아메리카의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참여해 수준이 무척 높았다”며 “당시 좋은 친구를 많이 만났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후 백 씨와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함께 수학했으며, 세종솔로이스츠 초청멤버로 실내악 연주도 함께하는 등 꾸준히 교분을 이어왔다.

프루나루 씨는 28일 오후 7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암스테르담 로열 콘세르트 허바우 오케스트라의 현악파트 수석으로 구성된 현악4중주단 단원으로 내한공연을 갖는다. 백 씨는 3월부터 첼리스트 송영훈 현민자, 피아니스트 주희성 씨 등과 함께 주말마다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SK텔레콤 주최 ‘해피 뮤직 스쿨’에 참여할 예정이다.

백 씨는 “동아국제음악콩쿠르가 10년 만에 서울국제음악콩쿠르로 부활하는 것은 국내 음악계에 큰 희소식”이라며 “제가 받았던 도움을 후배들에게 돌려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국제콩쿠르는 최첨단 문화전쟁터

각국의 국제콩쿠르에는 필수 과제곡으로 자국의 작품을 포함시킨다. 이 때문에 권위 있는 국제콩쿠르는 세계 속에 자국의 예술을 전파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동아국제음악콩쿠르의 경우 1회 대회에는 윤이상의 ‘피아노를 위한 5개의 곡’, 2회 대회에는 백병동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파사칼리아’가 과제곡으로 주어졌다. 올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로 이름을 바꿔 치러지는 3회 대회(성악 부문)에서는 출연자들이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가곡 외에 ‘강 건너 봄이 오듯’(소프라노), ‘저 구름 흘러가는 곳’(메조소프라노), ‘산들바람’(테너), ‘청산에 살리라’(바리톤·베이스) 등 한국 가곡을 반드시 한 곡씩 불러야 한다.

프루나루 씨는 “1997년 당시 첫 번째 과제곡이었던 한국곡은 난도가 높으면서도 매우 아름다워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고 회상했다.

백 씨는 “콩쿠르에서 우승하려면 흔히 실력 체력 국력 등 세 가지 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며 “각국이 국제콩쿠르를 육성하는 것은 21세기 ‘문화권력’ 경쟁과도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