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서는 처음 한국릴리 사장이 된 홍유석 사장. 그는 글로벌 무대에서 팀워크와 동료애를 강조하는 ‘한국형 리더십’이 강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 제공 한국릴리
“한국의 우수한 인재를 발굴해 해외무대에 진출시키고 싶습니다.”
지난달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한국릴리 사장으로 취임한 홍유석(42) 사장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뛰어난 어학 실력과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재가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릴리는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와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 등으로 잘 알려진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한국법인. 한국인 사장은 1982년 일라이릴리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 처음이다.
홍 사장은 “부하 직원이 더 많은 책임과 역할을 맡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게 훌륭한 리더의 조건”이라며 “릴리에서는 얼마나 많은 인재를 육성하고 개발했느냐가 리더의 능력을 재는 잣대”라고 말했다.
개인주의적인 서양 문화에서 팀워크와 동료애를 강조하는 ‘한국형 리더십’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40명을 신규 채용하고, 우수한 인재를 발굴해 미국 본사에 진출시키는 등의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홍 사장은 1988년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동서증권에서 잠시 일한 경력이 있는 ‘증권맨’ 출신. 199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일라이릴리 미국 본사에 입사했다. 2005년부터 올해 1월까지 본사에서 뼈엉성증(골다공증) 치료제의 세계 마케팅 총괄 책임자로 일했다.
그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설비 투자와 인력을 줄이고 해외 임상실험을 늘리는 추세”라며 “글로벌 임상실험 프로젝트 등을 적극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진이 신약 개발 노하우와 인프라를 쌓을 수 있으므로 국내 제약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게 이유다.
“올해 유전자 분야 글로벌 임상실험에 처음 참가하는 등 글로벌 임상 유치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미국 본사에서도 연구개발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를 찾기 위해 국내 제약사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홍 사장은 “올해는 장기 성장을 위한 원년”이라며 “폐암 치료제 ‘알림타’, 뼈엉성증 치료제 ‘포스테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스트라테라’ 등의 신약을 앞세워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125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