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의 슬픔 딛고…자이툰 교대 장병 ‘여명의 출정’이라크 자이툰부대로 향하는 한국군 교대 병력이 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새벽 바람을 가르며 줄지어 전세기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이 비행기에는 지난달 27일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기지에서 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은 윤장호 하사의 시신을 운구하기 위한 병력도 함께 탔다. 성남=이훈구 기자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테러로 숨진 윤장호 하사의 아버지 윤희철 씨가 1일 쿠웨이트 무바라크 공군기지의 임시 분향소에서 열린 추모식 도중 아들의 영정을 얼굴에 대고 오열하고 있다. 무바라크 공군기지=사진공동취재단
윤장호 하사 쿠웨이트서 추도식
“전장으로 가는 우리 아들 같은 병사들을 보니 장호 생각이 난다. 우리 병사들 중에 장호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해 달라고, 장호가 마지막이 되게 해 달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1일 새벽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쿠웨이트로 출발한 아시아나 전세기. 이 비행기에는 이라크 파병 자이툰부대 6진 교대병력 300여 명과 함께 지난달 27일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미군기지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로 전사한 윤장호(27) 하사의 어머니 이창희(59) 씨를 비롯한 가족이 동승하고 있었다.
이 씨는 숨진 아들이 생각나는 듯 자이툰부대원들을 보고 또 보면서 젊은이들의 안전을 걱정했다. 아버지 윤희철(65) 씨도 “우리 장호는 자이툰부대에도 지원했었다”며 “아들을 대신해 건강히 군 생활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10시간 동안 7600km를 날아가 도착한 쿠웨이트 무바라크 미국 공군기지 한쪽에 마련된 윤 하사의 추도식장. 전날 밤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기지에서 미군 C-17 수송기 편으로 쿠웨이트로 운송돼 냉동 처리된, 싸늘한 아들의 시신과 마주한 부모는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아들아, 장호야. 말을 해봐라. 아들아, 장호야….”(이 씨)
“미국 유학하느라 13년을 떨어져 살았는데 이렇게 얼굴도 못 보고 가버리면 어떡하란 말이냐….”(윤 씨)
현지 한인 목사 주관으로 진행된 추도식에서 윤 하사의 부모와 형 장혁 씨, 누나 서연 씨 등 유족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때로는 땅을 치고 통곡했다.
“장호야, 엄마가 너와 길게 사랑을 나누지 못한 게 정말 미안하다. 이제 봉오리가 활짝 피는 꽃이 돼야 하는데 피워보지 못하고 떨어졌다. 장호야 정말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용서해줘….”
추도식 도중 윤 하사의 부모는 찬송가를 부르면서 영정을 부여잡은 채 울었고 이를 지켜보던 다산부대 장병 등 20여 명도 소리 없이 흐느껴 추도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이에 앞서 이 씨는 쿠웨이트 미 공군기지 시신보관소에서 윤 하사의 시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혼절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추도식 후 조홍석(소령) 다이만부대 지원과장은 윤 하사의 손때가 묻은 MP3와 디지털카메라, 옷가지 등 59점의 유품이 든 상자를 유족에게 전달했다.
윤 씨는 아들이 즐겨 연주했던 색소폰을 떠올린 듯 “색소폰은 어디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색소폰이 든 검은색 케이스에는 흰 글씨로 ‘장호꺼야’라고 씌어 있었다.
유족과 합동참모본부 시신 인수단은 추도식을 마친 뒤 윤 하사의 시신을 담은 냉동 컨테이너를 아시아나 전세기에 싣고 이날 오후 서울로 출발했다. 윤 하사의 시신은 2일 오전 7시경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지며 영결식은 5일경 특전사 부대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윤 하사를 전사 처리하고 하사로 1계급 진급과 동시에 인헌무공훈장을 추서했다. 미국 정부도 윤 하사를 기려 동성무공훈장을 추서했다.
쿠웨이트=공동취재단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