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언특급’ 박찬호(33·뉴욕 메츠)의 위닝샷 ‘슬러브’가 LA 다저스 시절의 위력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 메츠의 홈페이지는 3일(한국시간) ‘윌리 랜돌프 감독이 타자 앞에서 예리하게 꺾이는 박찬호의 슬러브를 칭찬했다’고 밝혔다. 팀을 지휘하고 있는 감독이 투구내용을 직접 확인한 후 언급한 내용이기 때문에 신뢰할만하다.
시즌 개막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결정구인 슬러브의 위력 부활’은 그 어떤 것보다 반가운 소식. 선발 경쟁에서의 승리는 물론, 2007시즌의 특급활약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슬러브는 슬라이더와 커브의 성질을 모두 나타내는 구종. 슬라이더처럼 빠르게 꺾이면서도 커브와 같은 큰 각을 형성한다. 스피드가 동반되면서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직구를 예상한 타자들은 헛방망이를 휘두를 수밖에 없다.
박찬호는 다저스 시절 날카로운 슬러브를 앞세워 타자들을 압도했다. 강력한 패스트볼과 섞어 던지며 무더기 삼진을 솎아낸 것. 박찬호의 슬러브는 타자들이 알고도 공략하기 힘들정도로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부상 등으로 인해 구위가 감소하면서 슬라이더의 위력도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패스트볼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으며, 스피드와 변화는 각이 감소하자 장타를 쉽게 얻어맞는 구종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와 같은 슬러브의 위력 감소는 박찬호의 커리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결정적인 순간 위닝샷을 던지지 못하면서 타자에게 끌려다니게 된 것.
타자를 상대할 때마다 고전하다보니 투구수가 대폭 늘어난 반면 이닝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승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도 감소했고, 승수의 하락은 박찬호를 평범한 투수로 전락시켰다. 잦은 부상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슬러브의 위력 감소가 박찬호의 암울했던 5년과 궤를 같이 한 것이다.
그렇지만 2007시즌은 다르다. 승부처에서 자신있게 뿌릴 수 있는 위닝샷이 부활하고 있다. 슬러브가 위력을 떨칠 경우 실점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정면승부를 펼칠 수 있으며 경기 초반 많은 실점을 내줘 강판 되는 경기가 사라지게 된다.
게다가 2005, 2006시즌 주무기로 사용했던 투심 패스트볼이 슬러브를 뒷받침하고 있다. 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어간다면 슬러브와 투심 패스트볼을 적절히 혼합해 많은 탈삼진을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위닝샷 슬러브가 살아나기 시작한 박찬호. ‘명품’ 슬러브를 앞세워 18승과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던 2000년의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임동훈 스포츠동아 기자 arod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