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흑백TV’ 시대는 갔다. 올봄에는 총천연색 컬러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최근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발렌시아가의 선명한 레드 드레스를 입은 니콜 키드먼을 떠올려보자. 레드 카펫조차 키드먼의 드레스 앞에서는 빛이 바랠 정도였다. 강렬한 붉은색은 하얀 피부와 늘씬한 몸매를 강조했다.
원색 바람은 파리와 밀라노의 2007 봄여름 컬렉션에서 감지됐다. 지난 시즌에 절제된 모노톤의 의상을 선보였던 질샌더는 올해 심플한 슈트를 레몬 색과 밝은 그린으로 물들였다. 막스마라는 강렬한 노란색과 검은색을 함께 매치해 눈길을 끌었다. 패션쇼 무대까지 제비꽃으로 꾸민 이브생로랑의 자주색 톤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패션업체들도 파리와 밀라노가 제안한 원색 패션을 받아들여 올봄은 밝은 과일 빛으로 치장했다. 특히 레몬 빛 옐로는 재킷과 스커트는 물론 가방과 신발에까지 쓰여 유행색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원색 패션에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원칙이 적용된다. 아무리 원색이 유행이라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지개를 그릴 순 없는 법. 때와 장소에 맞춰 적절하게 원색을 매치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 원색+원색, 페미닌 스타일
올해 가장 각광 받을 원색 코디 법은 강렬한 두 가지 색을 매치하는 것. 색이 강렬한 대신 디자인은 여성스럽고 심플한 스타일이 좋다. 그래야 요란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어울릴 것 같지 않아도 잘 어울리는 색깔의 조합은 어떤 게 있을까. 디자이너들은 △진한 퍼플+밝은 옐로 △코발트블루+옐로 △레드+블루 등을 꼽는다.
사진의 모델은 퍼플 블라우스와 강렬한 옐로 새틴 스커트로 여성스러우면서도 개성 있는 스타일을 연출했다. 스커트는 허리선이 다소 위로 올라가 있는 ‘하이 웨이스트’ 디자인. 허리 라인에 자신 있다면 블라우스를 스커트 안에 넣어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그 대신 가방과 신발은 점잖은 검정으로 통일했다. 액세서리까지 진한 색이면 산만해진다.
○ 원색 액세서리
원색 의상이 너무 튀어 부담스럽다면 액세서리로 멋을 내는 것도 괜찮다. 블랙 정장을 입었더라도 원색 가방과 구두만으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올봄에는 미래주의의 영향으로 에나멜로 된 반짝이는 소재가 가방과 신발에 많이 쓰일 전망이다. 에나멜 소재로 된 옐로 오렌지색 가방과 구두는 청바지와도 어울린다.
시계 귀걸이 목걸이 등에 원색을 택해 멋을 낼 수도 있다. 어두운 듯한 의상이라도 화려한 액세서리를 더하면 언제 어디서든 세련돼 보인다.
○ 커리어우먼의 세련된 스타일
겉옷 하나만 강렬한 색을 선택해도 스타일이 달라 보인다. 점잖은 차림으로 나서야 하는 직장 여성들은 튀는 코트 하나로 유행을 따라잡을 수 있다. 사무실에서는 겉옷을 벗어 회사 분위기에 맞추고, 밖에서는 개성 있게 유행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
올해 가장 유행할 것으로 보이는 트렌치코트는 기본 스타일의 노란 색상. 밝은 노란색 코트는 밝은 회색의 스키니 진과도 잘 어울린다.
봄빛을 가득 머금은 핑크색도 좋다. 진한 핑크 트렌치코트에 흰색 정장바지와 흰색 가방을 매치하면 세련된 감각을 과시할 수 있다. 캐주얼한 인상을 주고 싶다면 정장바지 대신 검은색 레깅스를 입는 것도 방법.
○ 발랄한 캐주얼 스타일
예전엔 미니스커트가 섹시한 아이템이었다. 최근엔 발랄함과 가벼움을 상징하는 옷으로 바뀌었다.
발랄한 미니스커트 패션에 화려한 원색을 물들이면 한층 봄 느낌이 난다. 사진 속 모델은 비즈가 달린 베이지 미니스커트에 리본이 달린 블루 니트를 매치했다. 여기에 밝은 레몬 빛 에나멜 소재 가방을 들어 발랄한 캐주얼 스타일을 연출했다.
신발은 상의 색과 비슷한 파란색 에나멜 구두.
글=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