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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누가 일등일까요?

입력 | 2007-03-03 03:00:00


◇누가 일등일까요?/시아오메이시 글 그림·박지민 옮김/48쪽·9000원·예림당(4세∼초등 1년)

수많은 그림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소년 따빙. 자기 그림을 최고라고 생각하고 친구들 그림도 자기 식대로 고쳐 준다. 어느 날 따빙은 부엉이가 주최한 그림대회 심사위원으로 초청된다. 따빙은 강아지가 그린 ‘해를 향해 뛰어가는 나’를 보자마자 말한다. “이 그림은 틀렸어. 해는 빨간색이어야지!” 강아지도 할 말이 있다. “난 적록색맹이야. 그래서 빨간색과 초록색이 뭔지 모른다고.”

잠자리가 그린 ‘우리 집’을 본 따빙은 또 고개를 갸웃한다. “이 그림은 이상해. 점밖에 없잖아.” 잠자리가 대꾸한다. “난 2만8000개의 눈을 갖고 있어. 그러니까 모두 점으로 보이는 게 당연하지.”

이 그림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가르친다. 내 눈엔 너무나 당연한 이 세상의 빛깔과 사물의 모양들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여러 동물의 그림을 통해 시각적으로 펼쳐 보인다. 눈이 5000개인 벌이 그린 현란한 색깔로 모자이크된 꽃 그림, 몸 옆에 눈이 붙어 있어 오른쪽과 왼쪽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물고기가 그린 바다 속 공원 그림….

하늘을 칠하는 아이의 손에 무심코 파란색 크레파스를 쥐여 주고 있지는 않은지, 어른이 바라보는 시각을 은연중에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른들도 한 번쯤 주제를 곱씹어볼 만하다.

따빙과 함께 등장하는 3명의 심사위원을 눈여겨볼 것. 뭉크의 ‘절규’, 고갱의 ‘시장’, 피카소의 ‘꿈’ 등에 나오는 그림 속 인물이 심사위원으로 ‘특별 출연’한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