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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회장, 현대상선 우호지분 확보 실패

입력 | 2007-03-03 03:00:00


현대重-KCC-현대백화점 반대로 정관 변경 무산

경영권 안정 계획 차질… 현대건설 인수 불투명

현정은(사진)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이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정관 변경을 통한 우호 지분 확보에 실패해 그룹 경영권 안정 및 현대건설 인수 계획이 불투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열린 현대상선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 측이 제시한 정관 변경안(案)이 주요 주주인 현대중공업과 KCC, 현대백화점그룹 등 ‘범(汎)현대가’의 반대로 정관 변경에 필요한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현대상선은 이날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할 때 이사회 권한으로 제3자에게 배정할 수 있도록 명시한 정관 변경안을 내놓았다.

현대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정관 변경을 통해 CB나 BW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고, 현대그룹에 우호적인 세력에 이를 배정해 현대상선의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의결권이 있는 총주식의 96.13%인 1억4715만여 주를 보유한 주주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주총에서 현대중공업(17.60%), 현대삼호중공업(7.87%), KCC(5.9%), 현대백화점(2.20%) 등이 정관 변경안에 대해 “기존 주주 가치를 현저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현대그룹 측과 갈등을 빚어 온 현대중공업그룹은 기존의 ‘우군(友軍)’이었던 KCC그룹은 물론 중립으로 알려져 왔던 현대백화점그룹까지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주주는 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아들인 정몽준 의원이며,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은 정 의원의 형이다. 또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창업주의 동생이다.

현대그룹 측은 정관 변경에 실패했지만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현대상선 전체 주식 중 현대엘리베이터(18.72%)와 케이프포춘(8.70%), 현정은 회장 일가(3.24%) 등 현대그룹의 우호 지분은 현재 43.74%다. 현대중공업 KCC 현대백화점 등 범현대가의 지분 33.57%보다 약 10%포인트 많다.

하지만 만약 현대상선 지분 8.30%를 가진 현대건설이 범현대가로 넘어갈 경우 양측의 지분 차이는 훨씬 줄어든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