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셸 위의 아버지가 아니에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위창수(35·찰리 위·테일러메이드)는 한때 소녀 골퍼 미셸 위(위성미·18)의 아버지로 오해받은 적이 있다.
사연은 이렇다. 위창수가 2005년 존 디어 클래식에 출전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미셸 위도 이 대회에서 성대결에 나섰는데 위창수의 성을 보고는 부녀가 함께 출전한 것으로 착각한 갤러리가 많았다. 위창수는 관중이 “미셸 위의 아버지가 스폰서 초청을 받아 딸과 함께 출전했나 보다”라고 수군거리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한바탕 웃었다.
그만큼 무명이었던 위창수가 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첫날 단독 선두에 나서며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렸다.
위창수는 2일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가든스의 PGA 내셔널리조트 챔피언코스(파70)에서 열린 1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언더파 65타를 쳤다. 2위 베른하르트 랑거(독일)와는 1타차. AP통신을 비롯한 주요 언론은 위창수와 미셸 위의 성(姓)이 철자가 다른 것을 들어 ‘위(Wie)’가 아닌 ‘위(Wi)’가 선두에 나섰다고 표현했다. 이 코스는 107개의 벙커에 16개 홀이 워터 해저드에 둘러싸여 있을 만큼 까다롭기로 소문난 데다 시속 36km에 이르는 강풍까지 부는 악조건이었다. 언더파 스코어는 2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위창수는 85.7%의 높은 페어웨이 안착률을 기록했고 그린 적중률 72.2%에 퍼트도 26개로 막아 144명의 출전 선수 중 가장 많은 버디를 낚았다.
2년 전 PGA투어 데뷔 후 30개 대회에서 16차례나 예선 탈락한 그는 지난해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올 시즌 PGA 투어에 재입성했다.
‘풍운아’ 존 댈리(미국)는 10번 홀에서 티오프해 12번 홀에서 드라이버샷을 날리는 순간 갤러리의 카메라 셔터 소리에 놀라 갑자기 스윙을 멈춰 어깨를 다치자 기권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