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A사는 몇 년 전에 생산을 중단한 제품을 들고 와서 ‘불량품이니 환불을 해 달라’고 요구하는 고객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뺐다.
회사 측은 “사용한 지 오래된 물건인 데다 환불 기간이 지났다”고 설득했지만 고객은 막무가내였다. 고객은 “고발하겠다”며 회사를 압박했다. 결국 회사 이미지 실추를 걱정한 A사는 환불해 줄 수밖에 없었다.
B제과는 얼마 전 자사 제품 때문에 비만에 걸렸다는 고객의 피해 보상 요구를 무마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C백화점은 상습적으로 값비싼 옷을 구입한 뒤 반품 기한(구입 후 7일)을 하루 이틀 남겨 놓고 반품하는 고객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의 불합리한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업 관계자들은 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때로는 소비자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토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대기업 150개, 중소기업 150개 등 300개사를 대상으로 ‘국내기업의 소비자 불만 처리 현황과 애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의 61.1%가 소비자의 악성 클레임이나 불합리한 요구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이 같은 요구에 시달린 적이 ‘거의 없다’거나 ‘없다’는 응답은 38.9%였다.
기업들이 고객 상담 과정에서 경험하는 애로의 주요 유형은 △폭언(64.3%) △인터넷과 언론 유포 등의 위협(59.6%) △법규를 넘어서는 무리한 보상 요구(57.5%) △사용설명서에 잘 명시된 사항에 대한 상담 요구(55.3%) △구매와 반품의 상습적 반복(39.3%) 등의 순이었다.
또 ‘예전에는 그냥 지나치던 제품의 사소한 흠을 이유로 고객으로부터 반품이나 교체를 요구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 업체의 68.6%가 ‘그렇다’고 응답해 소비자 주권 의식이 높아졌음을 반영했다.
소비자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관련 분쟁도 늘고 있는 데 반해 기업들의 소비자 불만에 대한 체계적이고 능동적인 대응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 사용과 애프터서비스(AS)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46.4%에 그쳤으며 AS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기업이 53.6%였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