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투기 단속 방안 가운데 빠지지 않는 메뉴가 ‘국세청 통보’다. 투기로 번 돈을 국세청을 동원해 몽땅 환수하겠다는 강한 경고를 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건설교통부와 국세청은 어느 때보다 긴밀하고 끈끈한 정책 협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신뢰는 부담으로 다가갈 수도 있는 법. 건교부가 투기혐의자를 ‘폭탄 메일’ 보내듯 한꺼번에 대량으로 통보하는 바람에 국세청이 난감해지는 상황도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교부는 지난달 16일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수도권과 충남에서 이뤄진 토지거래 13만7460건 가운데 투기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특이거래 7만4350건(54.1%)을 적발해 국세청에 통보했다.
투기꾼 색출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국세청이라고 해도 한꺼번에 7만 건이 넘는 거래를 분석하라고 하면 일상 업무를 포기한 채 해당 부서가 모두 매달려야 할 판이다.
국세청 측은 “특이거래라고 해서 전부 세금을 추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나중에 국회나 언론에서 국세청의 조치 결과를 따져 물으면 상당히 곤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부가 사력을 다해 추진하는 정책인 만큼 다른 부처와의 공조는 잘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