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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교육 기부’…“지식나눔도 따뜻합니다”

입력 | 2007-03-05 03:00:00

한국씨티은행과 이화여대가 함께 개설한 ‘씨티-이화 글로벌금융아카데미’ 강의 모습(위쪽)과 최근 영어경시대회에서 입상한 강원 예미초교 학생들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원들. 사진 제공 각 업체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명동 서울YWCA 대강당에서 열린 ‘어린이 영어 스피치대회’. 예선을 통과한 전국 초등학생 20명이 영어 실력을 겨룬 이날 행사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전교생 80명의 강원 정선군 예미초등학교 학생 2명이 대도시 학생들을 제치고 최종 입상자 명단(6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행사장을 깜짝 놀라게 한 ‘강원도의 힘’은 우연이 아니다. 지식을 나누고 인재를 키우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맺은 결실이다.

○해외대학 출신 사원 영어교육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006년 3월 ‘학생이 줄어 폐교 위기’라는 예미초교와 자매결연을 하고 다양한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학생 4명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이 회사 본사로 불러 45일간 영어 합숙캠프도 진행했다. 강사는 해외 대학 출신 신입사원들이 맡았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농산물 구매 등의 일회성 행사보다 직원들의 지식과 경험을 나눠 농촌의 우수인재를 키우는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T는 올해 2월 정보기술(IT)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임직원 400명을 뽑아 ‘IT서포터스’를 구성했다. 이들은 전국 26개 지역에 배치돼 소외 계층을 위한 IT 교육에 나선다.

남중수 KT 사장은 ‘IT서포터스’ 출범식에서 “과거 기업의 사회공헌이 기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특화된 IT 지식과 기술을 활용한 자원봉사를 통해 새로운 사회적 책임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씨티은행의 초등학생 대상 금융교육 프로그램인 ‘싱크머니(Think Money)’, 제일기획의 청소년 광고 아카데미 등도 기업이 개설한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이다.

○“차세대 인재를 키워라”… 해외본사 파견도

대학생 등의 전문 인력 양성도 최근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주요 테마. 기업이 대학에 강좌를 개설할 경우 실무 강사진을 파견하거나 현장 실습 시설 등을 제공한다.

한국지멘스는 전자 전기 컴퓨터공학 등을 전공한 국내 대학원생을 매년 7명 안팎으로 선발해 독일 본사에 5, 6개월간 인턴사원으로 파견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이화여대 경영대 등과 함께 ‘씨티-이화글로벌 금융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경력 15년 이상 혹은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가진 이 은행 임직원이 자산관리, 투자은행 업무 등을 사례 중심으로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강의한다.

볼보트럭은 국제대 자동차학과에 3학점짜리 대형트럭 강좌를 개설했다. 한국IBM도 지난해 숭실대 정보과학대와 함께 4학년 대상으로 3학점짜리 강좌를 열었다.

사회공헌 전문 컨설팅업체 라임글로브의 서동혁 컨설턴트는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지출 비중은 미국 일본에 비해 결코 적지 않지만 기업 호감도는 낮은 편”이라며 “기업들이 금전적 지원이나 일회성 행사보다 전문지식과 인력 등의 역량을 활용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질 높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박 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