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중국 상하이 증시가 9% 가까이 급락하면서 발생한 충격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당장 미국 뉴욕 증시가 3% 이상 급락한 데 이어 세계 증시가 모두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6자회담의 타결 소식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던 우리 증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후 세계 증시는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다가도 다시 주저앉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번 ‘차이나 쇼크’의 여진은 지속될 것 같다.
미국-세계경제 취약성 드러나
이번 사태는 다윗이 골리앗을 넘어뜨렸다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은 지금 세계 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으나 증시 규모 면에서는 미국의 5%밖에 안 된다. 이렇게 작은 시장에서 발생한 충격이 20배나 큰 미국 증시를 넘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두루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는 중국이 그만큼 힘이 세졌다기보다 미국과 세계 경제가 다윗의 돌팔매질에 쓰러질 만큼 취약해졌음을 나타낸다.
먼저 이번 충격의 진원지인 중국은 연 10%를 넘는 성장을 하면서 과열을 걱정하고 있다. 급기야 정책 당국이 나서서 증시 과열의 경고를 보내고 있으며, 이번 증시 폭락도 주식투자 차익에 과세할 것이라는 소문이 기폭제가 되었다고 한다. 일본은 저금리에 따른 자본 유출로 엔화 약세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이번 사태로 자본이 환류하면서 엔화가 강세로 반전하고 경기회복에 차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 경제 불안의 핵심은 미국 경제에 있다. 미국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거대 재정적자와 거대 경상수지 적자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최근에는 호황을 뒷받침했던 주택시장이 침체국면에 빠지고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시장이 부실해지면서 신용위기를 걱정하고 있다. 게다가 내구재 소비와 투자도 부진하다.
진정한 문제는 이런 걱정을 한 지가 오래된 관계로 이런 걱정을 해도 많은 사람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는 데 있다. 지난 3년 동안 세계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자산시장에 투자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손해를 봤고 자신감을 가지고 투자한 사람들은 큰 재미를 봤다. 따라서 올해도 위험을 감수하려는 투자가 지속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했다. 오랫동안 위험을 감수하게 되면 실제로 위험해진다. 경제 예측 기관들은 올해가 ‘돼지해’가 아니라 ‘곰의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 경제가 침체되고 달러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 우리 경제도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 경기가 나아지지는 않았으나 수출이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6자회담의 타결로 주식시장도 최고점을 돌파했다. 그래서 ‘돼지꿈’을 접기에는 아직 이르다.
엔화 강세도 미리 대비해야
바로 이런 시점에 ‘차이나 쇼크’가 터졌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다시 한번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원화 절상을 억제하기 위하여 해외 부동산 및 증권 투자를 장려하고 있으나 이번 사태에서 본 바와 같이 세계 시장이 폭락하면 그로 인한 피해가 막대할 것이다. 일본의 저금리 자금 환류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일본에서 자금을 차입한 우리나라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환손실도 막대할 것이다. 또한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시장으로 확대되면서 미국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면 중국과 우리나라의 수출이 위축된다.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비용을 치를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한다. 한 마을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을 막으려면 군 단위의 도살 처분을 해야 한다. AI가 발생했는데도 익혀 먹으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내면서 말로만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고 하지 말기 바란다.
박원암 홍익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