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한 해 70만 대가 넘는 차를 미국에 수출하면서 미국산 차는 4000대밖에 사지 않는다. 이것은 자유로우며 개방적이고 공정한 교역의 그림이 아니다.”
미국 상하원 의원 15명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한국에 대해 자동차시장 개방 압력을 강화하라는 정책제안서를 보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한국의 자동차 시장 개방 확대와 연결되어야 하며, 현재 8%인 한국의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는 게 제안의 핵심이다.
특히 관세 철폐와 관련해 수입과 수출 대수를 연동해 관세 면제 혜택을 주자는 방안이 제시돼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팔리는 미국차가 5000대 늘어나면 미국에 들어오는 한국산 승용차 5000대에 대해 현재 2.5%인 관세를 면제해 주는 방식. 미국이 한국에 파는 차에 비해 한국이 미국에 파는 차가 압도적으로 많으므로 한국에 훨씬 불리한 방안이다.
이 제안서에는 자동차 산업 본거지인 미시간 주 출신 칼 레빈(민주) 상원 군사위원장, 그의 형이며 한미 FTA 소관 소위원회인 하원 세입위 무역소위원회의 샌더 레빈(민주) 위원장, 찰스 랑겔(민주) 하원 세입위원장 등 중진급 의원 15명이 공동 서명했다.
이들은 “FTA 협상이 한국의 관세 장벽을 제거하는 데 실패할 것으로 우려돼 정책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미 자동차교역정책위원회의 스티븐 콜린스 회장도 2일 성명을 내고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인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의 비율은 3%를 조금 넘을 뿐”이라며 “한국이 자기 시장을 닫아 건 역사는 오래되고 짜증스러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FTA 협상에서 한미 양국은 자동차 수입 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자동차세제 개편은 배기량별 세금 차이를 줄이는 쪽으로 의견을 좁히고 있다. 미국은 배기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한국의 세제 때문에 다른 외국산 차에 비해 가격은 싸지만 배기량이 큰 미국산 차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기술규정, 표준, 외국차 경원 정책 등 비관세장벽 문제는 실무그룹 협상에서 이견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미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하지만 자동차 분야만 떼어 내 결론을 내는 게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쳐 주고받기식 대타협을 해야 하므로 최종 결과는 유동적이다.
한편 미국의 일부 국회의원들이 한국 자동차 시장의 추가 개방을 요구하며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통상부는 4일 성명을 내고 “한미 FTA 협상이 중요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번 서한 발송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