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서방과 대립하는 것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벨기에 브뤼셀에 사무실을 둔 유럽연합(EU)-러시아센터 연구원들은 지난해 12월 이 같은 보고서를 냈다. 오일머니로 힘을 회복한 러시아가 틈만 나면 미국, 유럽과 충돌하는 까닭은 석유와 무기 수출을 늘리려는 속셈에서라는 것.
블라디미르 미하일로프 러시아 공군 총사령관은 2일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응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그루지야나 아제르바이잔 등 캅카스 지역에 미사일방어(MD) 기지를 세운다는 계획이 보도된 뒤의 일이다.
러시아는 유럽에 대해서도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러시아 식품감독청은 2일 “유럽이 품질 낮은 육류를 수출하면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충돌을 통해 러시아가 실제로는 석유와 무기 수출에서 이득을 보고 있다는 게 서방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르카디 모셰스 핀란드 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가 세계 2위의 산유국인 이란 문제에서 서방과 다른 해법을 제시하면서 에너지 수급의 불확실성을 높였고 이를 통해 국제 유가 상승이라는 혜택을 봤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중국과 중동 국가에 무기 수출을 확대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러시아는 무기 수출 계약에서 세계 1위로 뛰어올랐다.
러시아의 ‘마이 웨이’ 추구가 노골화되자 유럽도 견제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레이저 캐머런 EU-러시아센터 소장은 “유럽과 러시아의 기본 관계를 규정하는 동반협력협정(PCA)을 개정하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