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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이장님은 고등학생… 60대 농부, 청주농고서 입학식

입력 | 2007-03-05 06:42:00


3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청주농업고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2007년도 입학식. 이 자리에는 60대 농부가 손자뻘 되는 290여 명의 10대 신입생 사이에 끼어 있었다.

주인공은 유인관(62·청원군 내수읍) 씨. 그는 지난달 8일 중학교를 졸업하고 이날 청주농고 산림환경자원과에 입학해 고등학생이 됐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고등학생이 된 것은 배움에 대한 그의 열정 때문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에서 농사를 짓던 유 씨는 1973년 서울의 한 학교에 임시직원으로 취직했다가 3년 뒤 내수중에 기능직 지방공무원 자리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지원해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유 씨는 30년 가까이 학교의 갖가지 일을 도맡으며 친구의 아들 딸, 조카, 자신의 손자 손녀들까지 학교에 다니는 모습을 보다가 2002년 12월 정년을 마쳤다.

이후 농사를 지으며 마을 이장을 맡은 그는 배움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하고 30년 가까이 근무하던 내수중을 찾아 입학을 문의했고 학교 측은 적극 환영했다.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한 공부지만 그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각종 학교활동에 열심히 참가해 지난달 ‘꿈에 그리던’ 중학교 졸업장을 받았고 내친 김에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유 씨는 “관심 분야인 관상수 재배와 병충해 등에 대해 이론과 실습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