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직전 막바지 점검중인 박영석 대장
베링해협 얼음상태 (항공 촬영)
원정 출발 전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대원들.
원정대가 지난달 16일 러시아로 향한 지 17일 만인 5일 갖은 우여곡절 끝에 베링해협 횡단 스타트를 끊었다.
원정대는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6시) 시골 간이역같은 이곳 라브렌티야 공항에 나가 출발지점인 우엘렌까지 이동할 헬리콥터를 기다렸다.
러시아에서 제 시간에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아니나다를까? 오전 11시30분이 돼서야 원정대는 헬리콥터에 올라설 수 있었다.
우엘렌까지 가는 1시간여의 비행동안 밖으로 펼쳐진 베링해협의 모습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곳곳에 족히 수㎞는 되는 개수면이 수없이 목격됐고 예상치 못했던 뾰족탑 같은 난빙들도 수없이 많았다. 이게 다 원정대가 넘어서야할 장애물들이다.
오전 12시30분 헬리콥터가 목적지인 우엘렌의 해안가 바다 위 얼음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러시아 비행기들은 그 우악스런 생김새부터 신뢰가 가지 않지만 파일럿들의 솜씨는 대단하다. 남극점 탐험을 위해 운행되는 전세기들의 조종사들도 대부분 러시아나 카자흐스탄 출신들이다. 악천후에서 이들의 조종솜씨가 정평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착륙하자마자 또 생각지도 않은 난관에 봉착했다. 얼음이 너무 얇아 글쎄 출렁거리기까지 하는 것 아닌가? 일명 고무얼음이었다.
조종사들은 물론이고 감시(?)를 위해 동승한 러시아 군인들이 원정대원들을 내려놓은 뒤 김영선 매니저와 취재진의 등을 밀며 빨리 헬리콥터에 타라고 재촉했다. 얼음이 깨져 헬리콥터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
러시아군인들이 하도 재촉을 하고 다녀 원정대원들은 태극기를 제대로 펴고 기념촬영할 시간도 가지지 못했다. 그 짧은 틈 속에서도 김영선 매니저는 30년지기 친구 박영석 대장과 포옹하는 영광의 시간을 가졌다.
착륙한 지 채 5분도 안돼서 다시 이륙하는 헬리콥터를 향해 썰매를 끌던 이형모 대원이 돌아서서 두 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보름 뒤에 알래스카에 도착했으면 하는 바램이 어느때보다도 강하다.
라브렌티야로 돌아온 취재진과 김영선 매니저는 며칠 후 원정대가 러시아와 미국의 국경선을 넘기 전 헬리콥터편으로 찾아가 충전 배터리 등 보급품을 전달하고 원정대가 촬영한 비디오테이프와 사진용 메모리카드를 받아올 예정이다. 원정을 시작한 지 17일 동안 출발 시간만을 기다렸지만 막상 출발하는데 채 5분도 걸리지 않고 후딱 지나가자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고국에서 이 원정일지를 읽는 많은 분들도 오늘밤엔 꼭 원정대원들을 위해 기도해줄 것으로 굳게 믿는다.
우엘렌(러시아)=전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