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나라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0개 회원국 가운데 하나인 한국에 대해 부동산대책, 수도권 규제 등 반(反)시장적 정책을 철회해야 경제가 잘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OECD는 ‘2007 한국경제 보고서’ 초안에서 ‘부동산대책 등이 시장원리에 역행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 제도에 대해서는 ‘기업의 사업 의욕을 꺾어 주택 공급을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보고서가 한국 실상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원고를 고치도록 하겠다고 한다. 현 정부가 끝날 때까지는 국내외의 누가 충고해도 ‘청개구리 정책’을 고집하겠다는 오기(傲氣)가 느껴진다. 반시장적 포퓰리즘과 코드병(病)이 불치에 가깝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OECD는 한국의 부동산 값이 다른 회원국에 비해 덜 올랐고 ‘버블(거품)’로 보기 어려운데도 한국정부가 지난 18개월 사이에만 다섯 번이나 대형 대책을 쏟아 냈다며 ‘정책 과잉’을 꼬집었다. 서울 강남을 겨냥한 ‘투기꾼과의 전쟁’이 오히려 집값 폭등을 부채질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돼 있다.
종합부동산세 중과(重課)에 대해 OECD는 ‘부동산 세제를 소득 재분배의 도구로 쓸 경우 (주식 등) 다른 형태 자산 보유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종부세 도입 및 확대를 치적인 양 자랑해 왔다.
OECD는 ‘서울 강남의 재건축 규제를 비롯한 주택공급 규제의 해제가 훨씬 중요하며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OECD는 더 크게는 ‘수도권을 규제하면서 동북아 허브(Hub)가 될 수 있겠는가, 중앙정부 주도의 지역균형발전이 과연 효율적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정부는 지난날 OECD의 각종 의견 가운데 입맛에 맞는 내용을 곧잘 인용해 왔다. 이번 보고서에 담긴 쓴소리와 문제 제기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옳다. 요컨대 OECD의 메시지는 ‘지금이라도 시장원리에 맞게 경제정책의 U턴을 꾀하라’는 것이다. 정부가 보고서 내용을 트집 잡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민생에 도움이 안 되는 국력 낭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