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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부동산시장 이해 안가는 5가지

입력 | 2007-03-06 02:59:00


《“도무지 감을 못 잡겠어요. 설 이후 급매물이 팔리나 싶더니 더는 거래도 안 되고, 전세는 전세대로 안 나가고….”(서울 강남구 송파구 중개업소) 주택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집값이 그간의 행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문의는 많지만 정작 거래는 거의 안 이뤄지거나 급매물이 동이 나도 직전 가격으로 시세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형이나 지역에 따른 가격 동향도 과거와는 반대로 움직이는 등 전문가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

●급매물 가격이 시가로 굳어져

설 이후 급매물이 팔려나가면서 서울 강남권에서는 집값이 소폭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곧 거래가 끊기면서 급매물 값이 시세로 굳어지는 ‘L’자형 추이가 지속되고 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2003년 ‘10·29대책’ 때만 해도 급매물이 소진되자 값이 다시 올라갔지만 요즘은 급매물이 팔리고 나면 더는 매매가 안 된다”고 말했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집값이 ‘폭락’하지 않는 데 대한 실망감 때문에, 팔려는 사람들은 작년 말 수준으로 가격이 회복되지 않는 데 따른 답답함 때문에 일단 기다리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설명이다.

●시장흐름 좌우하는 주도주 실종

시장 흐름을 좌우할 주도 종목이 없는 것도 최근 부동산 시장의 특징.

외환위기 이후 주택시장은 재건축 아파트와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이른바 ‘랜드마크 아파트’가 전체 집값을 요동치게 했다.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10번이 넘는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주도주가 사라졌다. 서울 송파구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대출규제 강화로 웬만큼 목돈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비싼 아파트를 사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소형의 반란… 오름폭 중대형 압도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를 기준으로 작년 12월 이후 값이 가장 많이 오른 평형은 20평형대.

지난달만 해도 20평형대는 0.32% 올랐지만 가장 두꺼운 수요층을 갖고 있다는 30평형대 상승률은 0.12%에 그쳤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강남은 40평형대, 강북은 30평형대 선호도가 높았지만 담보대출 규제가 세지면서 20평형대에 수요가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남’ 이젠 비싸면 안팔린다

한때 서울 강남 주변에만 있어도 집이 불티나게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값이 주변보다 싸지 않으면 분양이 안 된다.

1월 경기 용인시 흥덕지구의 경남아너스빌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82 대 1로 마감됐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평당 300만∼400만 원이 쌌다. 반면 비슷한 시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트자이’(164채)는 1순위에서 49명이 접수하는 데 그쳤다.

●전세시장 강남 퇴조 강북 강세

작년 12월 서울 강남구의 전세금은 전달보다 1.2% 올랐지만 노원구는 0.2% 상승했다. 반면 올 2월에는 강남구가 0.2%, 노원구는 0.6% 올랐다. 강남권은 고교 내신 성적 비중 확대, 학군 조정 등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데 반해 강북권은 실수요가 꾸준하다.

박 부사장은 “바뀐 대입(大入) 환경 때문에 강남 전세금이 약세인 측면도 있지만 9월 시행 예정인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강북 거주자들이 전세로 살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반응이 많아 강북권 전세가 강세”라고 풀이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