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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창혁]駐평양 중국대사관 홈페이지

입력 | 2007-03-06 02:59:00


평양 시내 모란봉구역 긴마을동에 있는 중국대사관. 평양 주재 외국 대사관 중에서는 러시아대사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공관이다. 1950년대 몇 번 수리하긴 했지만 여전히 낡고 고색창연한 이 건물이 4일 갑자기 부산해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기남 노동당 비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이용철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현철해 인민군 대장, 김영일 외무성 부상 등 측근 실세들을 대동하고 방문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정월대보름을 맞아 양국의 변함없는 우의(友誼)를 다지기 위한 방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중국대사관이 바로 어제 홈페이지(kp.china-embassy.org/chn/)를 통해 김 위원장의 대사관 방문 모습을 전격 공개한 점이다. 단체사진 촬영과 연회 장면 등 모두 6장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 그 신속성도 이례적이지만, 북한 당국의 사전 양해를 얻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큰 변화다.

▷물론 작년 9월 ‘미국통’인 류샤오밍(51) 대사가 부임하면서 대사관 분위기가 바뀌긴 했다. 다롄(大連)외국어대 영어과 출신으로 주미대사관에서 오래 근무한 그는 중국 외교부 내의 ‘국제파 신세대’다. 6·25전쟁을 기억하는 이전의 ‘북한통 대사’들과 달리 그는 평양 소식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공언할 만큼 개방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따라서 이번 김 위원장의 대사관 방문 공개도 그 일환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여유와 자신감을 보여 주기 위한 ‘북-중 합작 연출’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북은 ‘2·13 베이징 합의’를 ‘김정일 장군의 승리’라고 선전하고 있다. 무리도 아닌 것이 지금 미국 뉴욕에서는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양자회담이 열리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는 북의 숙원이다. 노무현 정부도 ‘남북 정상회담용’이라는 비난을 받아 가면서까지 쌀과 비료 지원을 약속했다. 통일연구원 보고서는 그제 ‘8·15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까지 내다봤다. 김정일 식 ‘통 큰 정치’가 먹혀들고 있는 것일까.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