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일본의 스포츠 전문지를 볼 때마다 기사의 정확성에 감탄을 했다.
예를 들어 A라는 선수가 불펜 피칭을 했다고 치자. 한국 신문에서는 ‘A가 직구 커브 등을 섞어 30여 개의 투구를 했다’ 정도로 쓴다.
그런데 일본 신문은 ‘A가 35개의 투구를 했는데 직구 20개, 슬라이더 10개, 커브 5개를 던졌다’고 쓴다. 처음엔 전문성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종종 일본을 오가다 보니 그 차이를 깨달았다. 서로 다른 취재 환경이다.
한국에서 기자들은 A가 불펜 피칭을 끝내고 들어오면 편하게 대화를 한다. 전화도 할 수 있고 친할 경우 식사도 함께 한다.
한편 일본 기자들은 멀찌감치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피칭을 끝낸 A와 얘기를 나눌 수는 있지만 그리 자연스럽지 않다. 라커룸으로 들어가기 전 한두 마디 듣는 게 전부다.
3일부터 이틀간 일본 후쿠오카 야후돔에서 열린 요미우리와 소프트뱅크의 시범경기. 역시 일본다웠다. 기자 수백 명이 일찌감치 운동장에 나와 멀리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선수들이 오갈 때 한두 마디씩을 듣고는 “감사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경기 후 이승엽이나 다카하시 요시노부 같은 스타 선수의 뒤에는 ‘한 마디’를 듣기 위해 10여 명의 기자가 졸졸 따라다녔다.
한국과 미국에서 언론과 선수가 동등하다면 일본에서는 선수가 한참 위다. 선수가 군림한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그러나 그런 선수들도 무서워하는 게 있으니 바로 팬이다.
이승엽은 “캠프 때 연습하다가 실수할까봐 항상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수천 명이 바라보는데 행여 실수라도 하면 너무 부끄럽다”고도 했다.
4일 경기에는 2만9660명의 관중이 야후돔을 찾았다. 시범경기일 뿐이지만 느슨한 플레이는 용납될 수가 없다. 자신을 보러 운동장을 찾은 팬들에 대한 배신이기 때문이다. 일본 선수들이 자나 깨나 야구에 몰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좋은 경기가 팬을 부르느냐, 아니면 팬이 많으니까 경기가 좋아지느냐는 닭과 달걀의 문제다. 다만 분명한 것은 야구의 나라 일본에선 선수와 팬이 좋은 쪽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둘의 매개인 기자들은 힘들지만….후쿠오카에서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