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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링해협 횡단/3월6일]“원정 이틀째 만에 북극곰을 만났다”

입력 | 2007-03-06 17:45:00

원정대 박영석 대장


▽좌표 출발지점(06시30분) 북위 66도11.999분 서경 169도 24.330분

도착지점(19시) 북위 66도21.378분 서경 169도 16.082분

밤새 바람이 울부짖더니 우려했던 대로 엄청나게 북쪽으로 밀려났다. 위도상으로 10분(약 11㎞)이나 자고 있는 동안 얼음판이 움직인 것이다. 바람은 남서풍이 불고 있는데 시속 14㎞ 이상으로 전형적인 블리자드(눈태풍)이다. 기온은 한낮에 영하 15도까지 내려가고 밤에는 영하 30도 까지 떨어진다. 이 정도면 아직은 괜찮다.

베이스캠프에서 전해 준 일기예보에 의하면 2,3일 뒤부터는 북풍이 분다고 한다. 그러면 얼음판의 이동 방향도 바뀌게 된다. 문제는 북극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한파를 몰고와 영하 40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얼음들이 단단해져 솔직히 운행하는데 좋다. 하지만 너무 낮은 기온에선 체력 소모가 많아지게 된다. 식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아침 식사도 거르고 운행을 시작했다. 오전 7시20분 출발. 모세혈관처럼 펼쳐진 얼음판의 연속이다. 얼음판 이동속도가 어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져 썰매를 끌고 걸어서는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을 정도다. 오후에는 안개와 같은 가스가 생겨 사물을 구분할 수 없는 화이트아웃이 발생해 방향을 잡는데 애로가 많았다. 개수면에선 처음으로 드라이수트로 갈아입고 헤엄쳐서 건너기도 했다.

오후 7시까지 9시간40분을 운행했는데 얼음판이 움직이는 바람에 목적지인 알래스카가 있는 동쪽으로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북쪽으로만 움직인 꼴이 됐다.

텐트를 설치하자마자 얼음판 이동 속도를 보니 자그만치 시속 2.5㎞나 된다.

오늘 운행 중에 정말 넓은 개수면을 만났는데 그 안에서 유유히 헤엄을 치는 커다란 흰고래도 목격했다. 물개는 수없이 많고 원정 이틀째 만에 포악하다는 북극곰도 만났다. 원정대와는 약 1㎞ 정도 거리에 있었는데 이 녀석이 배가 부른 지 우리를 한번 쓰윽 쳐다보더니 무시하고 제 갈길을 갔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조금 섭섭하기도 했다.

우엘렌(러시아)=전창기자 jeon@donga.com